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과 맞대결
5% 내외 낮은 시청률 기록하며 조기종영
<편집자 주> 유튜브부터 각종 OTT 서비스까지, 원한다면 언제든 손쉽게 드라마 재시청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또는 경쟁작이 너무 치열해서. 당시에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망드’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더 좋을 숨은 명작들을 찾아드립니다.
지난 2009년 MBC에서 방송된 ‘탐나는 도다’는 탐라 해녀 장버진(서우 분)과 한양에서 귀양 온 선비 박규(임주환 분) 그리고 탐라에 표류된 영국 청년 윌리엄(황찬빈 분)을 중심으로 탐라와 한양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방영 전 70%가량 사전제작된 ‘탐나는 도다’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마니아들을 양산했지만, 5% 이내라는 낮은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당초 2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16회를 끝으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었다.
◆ 실패한 편성 전략, ‘솔약국집 아들들’과 맞대결
‘탐나는 도다’의 가장 주요한 실패 원인은 편성 실패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젊은층이 시청 타깃인 작품이었음에도 주말 오후 8시에 편성이 됐고,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2 ‘솔약국집 아들들’과 맞대결을 하게 되면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다.
종편과 케이블을 비롯해 채널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주말 밤 시간대에도 장르물이 편성되곤 하지만 당시에는 관습을 깨는 도전이었다. 결국 그 벽을 넘지는 못한 ‘탐나는 도다’지만 시청률로만 평가하기엔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마니아층의 탄탄한 지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짐작케 한다. ‘탐나는 도다’는 당시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것이 웰메이드 작품을 찾던 일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통했었다.
제주도 해녀 버진과 한양에 살다 제주로 귀양을 가게 된 젊은 선비 박규, 항해를 하다 표류하게 된 영국의 귀족 윌리엄까지,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코믹한 분위기로 담겼지만 품고 있는 메시지만큼은 깊었다. 성별은 물론, 자라온 환경이 다른 청년들이 부딪히는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뿌리 깊게 박힌 차별이 주는 한계가 현실적으로 담겼다.
탄탄한 스토리에 영상미까지 갖춰 볼거리도 풍성했다. 제주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에서는 제주의 바다, 감귤 밭 등 그들이 발 딛고 사는 곳곳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트렌디한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았었다.
이 같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팬덤이 구축됐다. 당시 ‘탐나는 도다’가 조기 종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조기종영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반대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후 21부작 완성본이 담긴 DVD 출시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었다. 이렇듯 강력한 지지를 끌어낸 완성도의 작품이 다양한 장르물들을 접한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진다.
◆ 만화적 상상력 극대화, 새로운 웹툰 원작 드라마 원한다면
드라마 ‘모범택시’, ‘경이로운 소문’을 비롯해 영화 ‘샤크: 더 비기닝’에 이르기까지. 최근에는 만화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구현한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 아니더라도, 설정의 신선함과 화려한 영상미가 잘 어우러질 경우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오히려 만화 특유의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소구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탐나는 도다’ 역시 좋은 예가 되는 작품이다. 섬에서 해녀로 일하던 버진이 신분 차이, 국경의 차이를 모두 뛰어넘고 박규, 윌리엄과 사랑과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은 다소 판타지 같기도 했지만, 탄탄한 전개,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지며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 탄생됐다. 신박한 설정과 재치 있는 전개, 유쾌한 분위기의 만화 같은 작품을 즐기는 지금의 시청자들이라면 ‘탐나는 도다’ 또한 새로운 선택지로 적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