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오르자 '본선' 염두한 전략적 인내
"이재명 지지자와 척 지면 본선 어렵다 판단"
반대편에선 "이낙연 지지자 향한 메시지" 주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신경전이 연일 고조되던 가운데 돌연 "네거티브에 맞대응하지 않고 참겠다"고 밝혔다. 최근 지지율 상승으로 역전까지 넘보게 되자 옷깃을 여미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경선 과열의 기미가 보인다는 염려가 나온다"며 '3대 원칙 및 6대 실천'을 제안했다. 그는 "첫째, 국민의 삶을 지켜드리는 미래비전이 분출돼야 한다. 둘째, 모든 후보가 다 승자가 돼야 한다. 셋째, 경선을 민주진영의 대통합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할 6대 실천 방안으로는 △경쟁 후보에 대한 인신 비방을 삼가기 △미래에 대한 자기 비전 말하기 △선거법과 경선 규칙 엄격히 준수 △후보 캠프 사이에서 오해와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자제하고 소통하기 △경선이 끝나면 선출된 후보를 전력 지원하기 △역대 민주정부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등을 제시했다.
지지율 오르자 '본선' 염두한 전략적 인내
이같은 네거티브 자제 요청은 이 전 대표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경쟁 주자와의 지지율 격차가 크다면 진흙탕 싸움을 해서라도 좁히려 하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은 7월 말에서 8월 초께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가 이뤄지고, 본경선 또는 결선투표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캠프 측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본선에 진출했는데 지지자들 간의 앙금이 있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본선 승리를 위해 후보자와 지지자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인지 짚고 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다른 캠프 측 관계자는 "우리당의 많은 지지자는 이 지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판단해 지지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본선에서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다는 게 확인되면 그쪽(이 지사) 지지율은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까지 좁히면서 이제 본선까지 염두하는 것 같다"며 "이 지사 지지자들과 '척'을 지면 본선에서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에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짜뉴스나 네거티브는 효과가 있지 않다. 제기하는 사람의 조급증이 드러날 뿐이지 그것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했다면 국민을 잘못 본 것"이라며 "서로 간에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쟁 주자 측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지지자'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경쟁 주자 캠프 측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 간의 네거티브는 없었다"며 "오히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만든 '미필야당' 포스터로 실점을 하자 네거티브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은 이 지사를 '미필야당'으로 분류하면서 그의 '병역미필'을 저격했다. 그러나 이 지사가 '소년공' 시절 부상으로 굽은 자신의 왼쪽 팔 사진을 공개하면서 오히려 장애인 차별로 논란이 옮겨 붙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향한 날선 공세에 직접 나서지는 않되 캠프 차원에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은 윤영찬 의원은 이날 경기도 유관기관 공무원 진모씨가 SNS에서 이 전 대표를 비방한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당 선관위에도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희가 직접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