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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강우, 첫 공포 영화 '귀문'으로 얻은 성취감


입력 2021.08.18 08:11 수정 2021.08.18 08:1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5일 개봉

2D·ScreenX·4DX 버전 동시 제작

ⓒCJ CGV

"그동안 공포영화는 배우가 묻힌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하지만 출연해보니 이 장르는 배우가 최선을 다해 연기하지 않으면 작품이 살아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배우 김강우가 데뷔 20년 만에 공포 영화에 도전했다. 그동안 공포 영화 장르 특성상 배우의 연기가 아닌 분위기가 주도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고백한 김강우. '귀문' 출연은 선입견을 없애주고 성취감과 흥미를 가져다줬다.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강우는 극중 심령 연구소 소장 서도진을 연기했다.


서도진은 무당인 어머니가 폐수련원 건물 앞에서 굿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자, 그 이유를 밝히기 폐수련원에 직접 들어가 비극의 이유를 밝히려는 인물이다. 김강우는 서도진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당의 모습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해결해 주는 인물이라 사기꾼 같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설정한 건 강남에서 잘나가는 퇴마사였어요. 원혼 처리할 때 사람들이 찾는 1순위 인물, 그리고 비주얼적으로는 조금 멋졌으면 좋겠더라고요. 그 모습이 도진이 처한 상황과 대비될 것 같았죠. 초반에 잘나가는 심령 연구소 소장에서 후회의 삶을 살며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했습니다."


김강우는 공포영화를 즐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연한 이유는 시나리오의 힘이 컸다. 방 안에서 혼자 읽고 "처음이지만 이 정도 탄탄한 시나리오라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건 좋은데 잔상이 오래 남는 게 싫었어요. 잘 때나 혼자 샤워할 때 찝찝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젠 그걸 즐기게 됐어요. 또 '귀문'을 찍고 나니 다른 배우들은 공포영화를 어떻게 작업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또 제의가 들어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어 자신처럼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귀문'은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사람마다 공포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심리적인 압박감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고, 깜짝 놀라는 긴장감이 싫을 수도 있고요. '귀문'은 공포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요. 그리고 눈 가리고 안 보셔도 돼요. 제가 다 해결해 주니까 보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하."


영화는 도진이 어머니 죽음 앞에서 과거를 후회하는 이유부터, 폐수련원에서 원혼들을 만나 그들을 봉인하는 과정, 그리고 반전이 있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룬다. 이에 김강우의 비중이 중요한 영화였다.


"분량이 많다는 걸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한 공간에서 짧은 시간 일어나는 촬영이라면 더 그렇죠. 감정, 리액션 호흡을 계산해야 했어요. 그래야 뒤로 갈수록 도진이 지쳐가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었죠."


ⓒCJ CGV

김강우는 이번 현장에서 최고 선배가 됐다. 심덕근 감독은 '귀문'이 첫 장편 데뷔작이었으며 함께 호흡을 맞춘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는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였다.


"저는 선, 후배 개념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안에서 다 같이 프로로 역할로서 만나는 거죠. 세 분은 상대 배우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어요. 심덕근 감독님은 '정말 첫 데뷔작 맞아?'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 생각이 뚜렷해요. 작품에 대한 계산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분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란 생각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기대게 됐어요. 그만큼 능력 있는 감독님이셨죠."


'귀문'은 실제 폐건물을 메인 세트장으로 한겨울 추위와 싸우며 촬영을 진행했다. 세트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실제 폐건물이 주는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전기는 들어오지도 않고,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밤이면 2인 1조로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완성작을 보니 고생은 잊혔다.


"세트였다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그 분위기를 절대 못 만들었을 것 같아요. 실제 폐건물에 촬영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세트였다면 카메라 무빙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을 텐데 주어진 공간 안에서 연기해야 해서 고생했죠. 그리고 너무 추웠어요. 고생은 했지만 '귀문'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만족스러워요."


'귀문'이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최초 기획 단계부터 2D와 ScreenX, 4DX 버전을 동시 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약 2000여 개 관에서 동시 개봉된다.


"주인공과 함께 공간을 거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고 맞닥뜨리는 공포도 함께 할 수 있죠. 2D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정말 '체험형 공포'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영화죠. 해외 분들이 한국의 정서가 많이 들어가 있는 '귀문'을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제가 '귀문'이 좋았던 것도 다른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적인 정서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거든요. 이야기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해외 관객들도 충분히 받아주실 거라 믿어요."


올해 김강우는 영화 '새해 전야', '내일의 기억'에 이어 '귀문'까지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꾸준히 만났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주연을 맡은 세 편의 영화가 연속 개봉하는 건 보기 드문 풍경으로 이전과는 다른 책임감도 생겼다.


"의도한 건 아닌데 기분이 참 묘해요. 작품들이 중단되고 개봉이 연기되는 등 좋지 않은 시기였죠. 그래도 저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 했어요. 어려운 시기에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가 맡은 바 역할을 다 하려고 했어요. 어쨌든 힘든 시기에 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 건 감사한 일이죠."


'귀문'은 OTT에서 공개됐다면, 느낄 수 없는 '체험형 공포'를 강조한 작품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의 위치가 흔들리며 OTT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귀문'은 극장의 생존과 미래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OTT와 영화의 경계가 많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극장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이길 수가 없죠. 특히 '귀문'은 극장에서 보셔야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많은 분들이 보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김강우는 올해 데뷔 20년을 맞았다. 중년 멜로를 꿈꾸고 있다며 아직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20년 동안의 시간이 책임감과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버텨와서 기특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연기를 멋도 모르고 했는데 이제는 어렵고 소중하다는 걸 매 순간 느껴요. 앞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더 느끼고 싶어요. 아직도 못 보여 드린 모습이 많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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