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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탄소중립①] 석탄화력 남겨두고 'Net-zero' 외치는 계획서


입력 2021.08.18 07:02 수정 2021.08.17 20:5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탄중위 시나리오 보수-진보 모두 '싸늘'

좁은 국토에 재생E 현재보다 12배 확대

탈석탄 하겠다더니 석탄·LNG 덩그러니

석탄화력발전소. ⓒ대전충남녹색연합

문재인 정부 시그니처 정책인 '2050 탄소중립'이 1년도 채 안돼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0월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해 한국도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자"며 비전을 선언할 때만 해도 탄소 중립은 호소력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담은 설계도가 나오자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싸늘한 반응이다. 산림훼손, 지역사회 반발 등 지난 4년간 각종 문제를 야기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12배나 늘리겠다는 계획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탄소 배출 주범인 석탄과 LNG 비중까지 포함되면서 친정부 성향 환경단체들 역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냉담한 반응이다.


국토 파괴하는 태양광, 서울 면적 5배 더 늘린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지난 5일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화근이 됐다. 3개안 중 탄중위가 제시한 3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6.5%)의 12배인 70.8%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발전량 기준 76배)를 제시했다. 전국을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로 덮어야 할 판이다. 재생에너지 부지 확보와 설비이용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평가다.


태양광만 해도 서울시 전체 5배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이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분석에 따르면, 2안이 명시한 대로 전력부문 신재생 81GWy의 70%를 태양광으로 공급한다면 최소 400GW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 미래의 낙관적 기대효율 34%를 적용해도 2800㎢ 부지가 필요한데 이는 서울시 전체 4.7배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4년간 태양광이 야기한 각종 사회 문제를 간과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은 작년까지 4년간 국내에서 8만3554㏊ 산림이 훼손됐고,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벌목된 나무는 2017년부터 3년간 249만 그루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단위 면적당 태양광 설비가 차지하는 밀도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와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최근 새만금 수상 태양광이 새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듯이 방대한 면적의 태양광 패널을 관리하는 것도 만만찮다. 환경 전문가들은 태양광패널은 새똥으로 뒤덮일 경우 발전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 끈적끈적한 새똥은 접착력이 강해 어지간한 비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적하고 있다. 태양광 면적이 방대하게 늘어날 경우 유지·보수 자체가 큰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교협은 "탄소중립위원회는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에 필요한 부지 확보와 설비이용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면서 "이 분야를 조금이라도 아는 전문가에게는 구체성이 결여된 황당한 계획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Net-Zero 하겠다더니…2050년에도 석탄화력·LNG 유지

진보 진영조차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외면하고 있다. 사실상 탄소중립을 포기하는 방안이 두 개나 들어 있기 때문이다. 1안과 2안은 각각 2050년에 2540만t, 1870만t에 이르는 온실가스가 순배출되는 시나리오다.


여전히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인 석탄화력과 LNG 발전 비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1안에는 2050년 석탄화력 19.1TWh(1.5%), LNG 101.1TWh(8.0%), 2안에는 LNG 92.2TWh(7.6%)가 각각 남아 있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석탄화력 뿐만 아니라 LNG 역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진정한 틴소 중립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1안은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곳을 2050년 이후까지 가동하는 방안이다. 환경단체들은 신규 석탄발전 7곳의 건설 중단을 요구해왔고 정부 역시 탈석탄을 강조해왔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결성된 탄중위가 스스로 탄소중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계획서를 만든 꼴이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중위는 세 가지 초안을 토대로 앞으로 시민들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말 최종안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초안 자체가 광범위하게 윤곽만 그려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쟁점을 다루기 위한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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