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과 갈등 국면 부각에
대외 메시지 최소화로 '저공비행'
"실익 없는 일에 역량 소모 안 할 것"
갈등 불씨 잔존에 우려도 여전…"언제든 폭발할 수 있어"
8월말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일부 대선 주자들과 갈등 국면에 휩싸이며 당대표 취임 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이준석 대표가 방향성을 바꿔 리더십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안마다 각을 세우기보다 한 발짝 물러나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주한 영국대사를 접견하는 등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지만 최근 불거진 당 안팎의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자제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 최고위에 이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에게만 마이크를 넘겼으며, 취재진과의 백브리핑도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임승호 대변인을 세웠다.
이를 두고 그간 각종 현안 및 논란에 즉각적으로 입장을 내며 반응했던 것과 결이 달라졌다는 당 안팎의 관측이 나왔다. 공식 석상에 서는 것 이외에 즐겨 사용하던 개인 SNS를 통한 메시지도 하루가 넘게 중단된 상황이다.
앞서 이 대표와 대선 주자 간의 엇박자는 최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의 통화 내용을 둘러싼 공방에서 극대화된 바 있다.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입당 시점부터 티격태격 자존심 싸움을 이어 오던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와의 통화 과정에서 "곧 정리될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해당 표현의 해석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원 전 지사가 특정 시한까지 제시하며 녹취록 공개를 요구하고, 이 대표가 이를 겨냥해 "딱하다"고 대응하는 등 공방이 악화일로로 치닫기도 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에서 녹취 관련 문제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대선 예비후보와 관련해 최고위가 더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대선 예비후보 개인에 대해서도 따로 논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분간 '로우키(Low-key) 모드'을 통해 더 이상 논란을 확전시키지 않겠다는 전략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의미 없는 설전을 주고받기보다 당 내부의 실질적 개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라며 "정치적 문제에 아예 관심을 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익이 없는 일에 역량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방침 아래 당대표직을 수행하려 한다"고 전했다.
실제 단순한 자존심 싸움을 넘어 당대표의 리더십 자체에 대한 본질적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각을 세우는 것은 당과 이 대표 본인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게 대표다운 행동"이라며 "지는 것이 이기는 것. 진짜 승리는 상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그 상대까지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이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다른 대선 주자들로부터도 이제는 자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당원과 지도부가 손을 맞잡고 절체절명의 사명감으로 뭉쳐야 한다"며 "늘 위기와 갈등은 있었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봉합하고 한발짝 미래로 나가느냐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홍준표 의원은 "당 내분 상황이 안타깝다. 두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 분열은 곧 패망"이라고 강조했고, 황교안 전 대표도 "당은 내부총질과 싸움박질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며 "이제는 제발 이성을 찾고 각자 자중하길 바란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문재인 정권"이라 강조했다.
단 이 대표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잔존한다는 비관적 시선도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본격적인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둔 당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선거관리위원장 임명 문제가 불씨라는 관측이다.
특히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의원이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화 녹취록을 두고 이 대표와 갈등의 대척점에 섰던 원 전 지사는 이날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려고 강행하면 이번에 충돌한 사태의 몇 배에 해당하는 이 대표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같은날 채널A '뉴스A 라이브'에 출연해 "일단 덮고 가는 것이지만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이런 비슷한 일, 갈등의 요소가 없겠는가"라며 "경선 룰을 가지고도 싸울 수 있다. 일단 봉합은 됐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