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新농사직썰⑧] 도너츠? 빵? 편견을 깬 복숭아의 변신 ‘반도’


입력 2021.09.09 07:01 수정 2021.09.08 10:47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납작한 모양에 볼거리・맛 모두 잡아

중국 품족 극복…국내산 상용화 임박

정체된 복숭아시장 재도약 기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복숭아 품종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권정현 농업연구사가 복숭아 작목반에서 복숭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복숭아 품종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권정현 농업연구사가 복숭아 작목반에서 복숭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여름철 대표 과일 복숭아. 달고 말랑말랑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지. 복숭아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한 과일이야. 그런데 최근에는 기후변화 등으로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런 시기에도 농가에서는 꾸준히 새 품종을 찾는데 노력을 쏟고 있어. 특히 최근에는 도너츠와 빵처럼 납작하고 둥근 복숭아인 ‘반도’가 복숭아시장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지. 맛뿐 아니라 볼거리까지 사로잡은 반도가 위기의 복숭아 농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봉숭아는 둥글다라는 편견을 깬 납작복숭아 ‘반도’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품종이다. 국내에서 일부 중국 품종을 재배해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산량도 미미하다.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 품종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왔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반도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향후 5년 안에 국산 품종의 반도가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요상하게 생겼는데…맛은 ‘보증수표’


반도(蟠桃)는 모양이 납작한 형태의 복숭아다. 납작한 모양으로 인해 플랫복숭아, 접시복숭아(saucer peach), 반도(pan-tao, pentao, peento) 등 다양한 표현으로 불린다.


모양이 납작해 일반 복숭아에 비해 작은 편이며 핵은 구형처럼 생겼다. 복숭아 과형은 원형과 원반형으로 구분되는데 이 형질은 단일 유전자쌍인 S/s에 의해 결정된다. 원반형(S)이 원형(s)에 대해 우성이다. 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배 모본과 부본 둘 중에 하나는 반도 품종이어야 가능하다.


농진청에서 개발 중인 반도. 당도가 우수하고 색다른 외모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국내 품종은 오는 2025년 시장 출하를 목표로 막바지 연구가 한창이다. ⓒ배군득 기자 농진청에서 개발 중인 반도. 당도가 우수하고 색다른 외모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국내 품종은 오는 2025년 시장 출하를 목표로 막바지 연구가 한창이다. ⓒ배군득 기자

과거에는 반도 소비가 미미했지만 품질이 좋은 신품종 개발, 간편 소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반도 원산지는 중국이다. 유럽, 미국 등으로 전파돼 육종 재료로 쓰인다. 중국은 반도가 복숭아 품종의 10.6% 차지(유모 58.7%, 천도 27.9%, 관상 2.9%)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은 1869년 중국에서 도입해 ‘새턴(Saturn)’등 품종을 개발, 1990년 이후 대중화에 성공했다. 또 스페인은 도입 초기에는 소비가 적었지만 품질 향상과 간편 소비 추구로 최근 소비가 늘었다. 스페인 복숭아 재배면적의 7%(5,400ha)를 차지하며 인근 유럽 국가로 수출하는 효자 품목으로 성장했다. 이밖에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반도 육종이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UFO-1, 2, 3 등으로 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현재 국내에서는 중국에서 도입된 ‘거반도’ 등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면적은 복숭아 전체의 1%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반도 육성이 더딘 것은 착색이 불량하거나 과정부에 열과가 발생해 외관상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 복숭아에 비해 과중이 작기 때문에 농가에서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부분도 단점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난 1992~2003년 일본과 중국에서 ‘서반 3호’ 등을 도입하는 등 국외 반도 품종 16점을 도입해 평가, 육종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권정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반도 품종을 이용한 교배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며 “올해 기준으로 평가 중인 반도 계통은 교배실생150여점, 2차 선발계통16점, 지역적응계통2점이 있다. 빠르면 5년 후 반도 품종을 선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사는 이어 “반도형 복숭아는 과정부 열과가 많이 발생해 생산성과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최종 선발할 때 맛뿐만 아니라 외관도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목표형질은 당도 12.0°Brix 이상, 산도 0.10∼0.80% 이하, 과정부 열과저항성, 상온 저장성 우수 등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위기의 농가들


농가에서 반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는 색다른 과일을 찾는 소비성향에 부합된다는 점과 더불어 점점 복숭아 재배가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복숭아 생산량은 지난 2015년 이후로 20만t 수준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봄철 저온 피해, 여름철 긴 장마와 태풍으로 품질 저하 및 낙과 피해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18% 감소한 17만3000t에 그쳤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생산량 대비 생산액이 꾸준히 증가하는데 있다. 생산액은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사과, 감귤에 이어 세 번째로 생산이 많은 과수 작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는 일조량도 많아 풍작이 기대됐지만 늦은 장마로 작물피해가 속출했다. 새로운 품종개발로 복숭아 작황이 좋아지길 기대해본다. ⓒ배군득 기자 올해는 일조량도 많아 풍작이 기대됐지만 늦은 장마로 작물피해가 속출했다. 새로운 품종개발로 복숭아 작황이 좋아지길 기대해본다. ⓒ배군득 기자

복숭아가 국내에서 인기 과일로 자리 잡은 것은 꾸준히 재배품종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별 재배면적 비율 추이를 보면 연도에 따라 큰 변화가 있다. 다른 과종에 비해 한 개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아 다양한 품종이 재배된 것이다.


이는 다른 과종과 달리 복숭아 과원 경영자들이 신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품종 갱신 주기를 빨리 해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나라 최초 육성품종은 1977년 육성한 ‘유명’이다. 이전에는 주로 일본 품종인 창방조생, 대구보, 백도와 같은 품종이 주로 재배됐다. 유명이 육성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그 재배면적이 점차 확대돼 1992년에는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 중 23.4%를 차지할 만큼 재배면적이 급증했다.


권 연구사는 “유명은 한 개 품종 재배면적 비율 중 가장 높았다”며 “유명이 경육종(단단한 과실)으로 생산 및 유통에 유리한 장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는 창방조생, 대구보, 유명, 백도 등 4개 품종이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의 69%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1990년 후반 이후에는 생산·유통 편의성보다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고품질 품종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창방조생, 유명 등은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대신 식미가 우수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미백도, 천중도백도, 장호원황도 재배면적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또 1990년대 국외에서 도입된 레드골드, 환타지아, 암킹과 같은 천도계 품종과 1993년 천홍이 국내에서 육성됨으로써 2000년대 초반 천도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16.8%) 했지만 생산 및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관심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9.6%(2007년)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비, 옐로드림 품종과 같이 산미가 적은 천도 품종이 보급됨으로써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재배 농가 신규 재식 의향이 높아져 기존 품종을 대체함으로써 천도 품종이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의 16% 정도를 유지 중이다.


◆소비자・농가 상생이 중요…신품종 개발로 극복


최근 소비자들은 다품목 소량소비, 소비 편리성 추구, 이색 과일 기호성 증대 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사과, 배, 복숭아 등은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과일 구매시 중요도 측면에서도 편리성이 1순위로 꼽힌다. 다양성, 편리성, 고당도・저산미 등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복숭아 시장만 놓고 봐도 이런 소비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경쟁력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생산량까지 감소하면서 농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진청은 복숭아 생산량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농업 인력 경쟁력 약화 및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변동성 심화를 지목하고 있다. 복숭아 생산의 노동력 투입 강도는 연간 10a 기준 2015년 145.8시간에서 2019년 172.5시간으로 18.3% 증가했다. 단기간 집중되는 봉지씌우기 작업에 대한 인력 부족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복숭아 작업별 고용노동비율은 봉지씌우기·벗기기가 48%에 달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이상기상 및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지 저온 피해다. 이뿐만 아니라 장마·태풍에 의한 낙과 등은 매년 복숭아 생산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2019년 20만732t이던 복숭아 생산량은 지난해 12만2580t으로 34% 급감했다.


반과는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진화한 복숭아다. 반과의 풍부한 과즙과 시장성이 농가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군득 기자 반과는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진화한 복숭아다. 반과의 풍부한 과즙과 시장성이 농가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군득 기자

농진청은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 경쟁력이 높은 신품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복숭아 1인당 소비 6kg, 노동력 시간당 130시간/10a으로 절감, 기상재해 10%까지 감소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핵심 3대 전략은 ▲맛・간편소비・기능성(소비자) ▲생산력・안정생산(농업인) ▲저장성・고품질(유통업자) 등을 수립했다. 반도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품종으로 육성된다.


반도형 복숭아(천도)는 간편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 과실 모양을 납작하게 만들어 파이처럼 먹을 수 있는 반도형으로 볼거리와 맛 두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권 연구사는 “품종의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개발이 보다 용이한 반도형의 백육계·황육계 복숭아를 우선 선발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한 저산미의 반도형 천도 품종을 개발하는 전략 또한 육종목표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9월 16일 [新농사직썰⑨]가 이어집니다.

'新농사직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