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SLBM 등 신무기 대거 공개
北, 순항·탄도 미사일 연이어 발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뢰 회복·관계 진전에 뜻을 같이한 지 50여 일 만에 남북이 군비경쟁을 벌이며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북미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를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대북구상이 길을 잃고 표류하는 모양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LBM은 국내 기술로 건조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수중 발사됐으며 목표 지점에 명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SLBM 발사 시험을 참관했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발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우리 군이 SLBM 개발 성공을 공식화하며 자체 억지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오늘 발사 시험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자체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루어진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군은 SLBM과 관련해 △바지선 수중 사출 시험(7월 초) △SLBM 6기를 장착할 수 있는 도산안창호함 취역(8월 중순) △도산안창호함 수중 사출 시험(9월 초) 등을 차례로 진행했으며, 이날 최종단계인 잠수함 시험발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SLBM 운용국이 됐다.
북한은 바지선을 활용한 SLBM 수중 사출 시험까진 진행했지만, 최종 단계인 잠수함 시험발사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軍, 지난해·올해 개발한
신무기도 한꺼번에 공개
연구소 측은 이날 고위력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각각 올해 중순, 지난해 말 개발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군 당국이 SLBM 외 무기개발 현황을 대거 공개한 것은 북한이 연이어 감행한 미사일 도발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국방부 관계자는 "SLBM 성공이 보고되는 만큼 (다른 무기 개발 현황도) 같이 공개해 국민들께 알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면서도 "불안감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쏘아 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12시 34분께와 39분께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며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 60여㎞로 탐지됐다.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北 미사일 발사 관련해
"도발 아닌 정상적·자위적 활동"
신무기 추가 공개 전망
무엇보다 북한이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우리나라를 겨냥해 '안보위협을 시시각각 느끼게 해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군사도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첫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며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계획된 일정'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는 계획대로 추가 신무기를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는 아슬아슬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며 "연속적인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북미협상을 언젠가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단기간 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북미협상을) 중장기로 가져가겠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이 원하는 조건(제재 해제)을 맞춰주지 않고 있는 만큼,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조성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