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다툼 해볼만” 항소장 제출
함영주 등 중징계 CEO 후속 파장
금융감독원이 결국 ‘우리금융 DLF(파생결합펀드) 행정소송’ 1심 판결에 항소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징계 이슈가 다시 부상했다. 당장 사모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도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당장 같은 이유로 행정 소송을 진행중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의 판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제재 취소 행정소송 1심 결과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손 회장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법원이 DLF 상품 선정 과정에서 우리은행에게도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법적 다툼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또 하나은행을 비롯해 같은 내용의 소송이 진행된것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항소 포기시 관리•감독 책임론까지 제기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업계는 1심에서 이미 금감원의 내부 통제 규준에 대해 부족하다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항소심을 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의 핵심 판결 내용은 CEO의 의무가 내부통제 기준가 준수가 아닌 마련임을 확실히 하고, 취소 비용도 금감원이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보상도 어느정도 완료된 상황에서 수년간 법적 다툼을 계속하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손 회장 외 다수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의 지배구조도 다시 불안정해졌다. 현재 사모펀드와 관련된 내부통제제도 마련 위반으로 8개 금융사의 제재 절차가 진행중이다. 7건은 금감원 제재심이 끝났고, 하나은행은 지성규 부회장의 제재심이 진행중이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각각 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융위는 관련 사안들에 대해 손 회장의 판결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항소로 금융위가 최종 제재안을 확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항소심이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슈가 걸려있는 타 금융사 CEO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금융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시장친화적 행보’를 예고한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에 따라 1심 판결을 끝으로 기대감을 가졌었다”며 “항소 결정에 대해 정치권이나 학계 등등 의견이 모두 다른 만큼 쉽게 예단할 수 없고 2심 재판부 고심이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의 검사 체제와 제도가 실효성 있게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협회는 지난 6일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산업 내부통제 제도 발전 방안'을 금융당국과 국회에 공동 건의한 상태다. 사모펀드 같은 사태가 발생할 때 금융당국의 개입이 아닌 이사회가 내부통제 오작동에 책임 있는 임직원을 징계하는 등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금융협회장들과 만남을 갖고 협회가 발표한 내부통제 개선안에 대해 “업계와 소통하고 금감원과 협의하면서 개선 방안을 만들가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의 DLF 행정소송 항소 여부와 관련해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