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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왜 '이 시점'에 대장동 철저 수사 지시했나


입력 2021.10.13 00:00 수정 2021.10.13 05:14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경선 종료 이틀 후 "실체적 진실 규명에 총력"

與 후보 이재명 회동 염두에 둔 메시지란 해석

이낙연에 힘 실었단 분석도…靑, 배경 말 아껴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문 대통령이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 지시 사항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연루설이 제기된 사건이라는 점에서다.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지시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당부했던 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 종료 이틀 만에 이 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5일과 7일 해당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어는 문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였다. 당시 민주당의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갈 경우,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전보다 구체화된 메시지를 낸 건 이 후보와의 회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종의 메시지 없이 만나는 건 향후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지시 사항을 밝히면서,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 측과 면담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문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해 곧바로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철저한 수사'에 힘을 실은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해석됐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대장동 의혹 등 부동산 문제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11일 실시해 12일 발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조사보다 3.0%p 하락한 36.3%, 부정평가는 전주 보다 4.6%p 상승한 55.5%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후보의 큰 문제는 대장동 의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라며 "이를 제대로 털지 않고 본선에 나선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만큼, 이를 명확히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로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장동 의혹이 대통령 지지율에 불똥 튀면 그대로 레임덕에 직면할 것이라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이낙연 전 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앞서 이 후보 지지자들은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갈등을 빚은 것, 이 전 대표가 자주 사용하는 '엄중' 표현을 청와대가 사용했다는 것을 근거로 "청와대가 이 후보를 쳐내려 하는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시점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낸 건 이 전 대표에 문심(文心)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원칙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었다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생각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경선이 끝난 시점에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가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아마 말씀을 전하실 때라고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 수사 주체로 '검찰과 경찰'이라고 지칭한 건 야권의 특검 주장에 선을 긋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미 검찰과 경찰의 수사만으로는 제대로 된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당부 역시 검경 수사와 마찬가지로 너무 늦었고, 부실하다"며 특검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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