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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의 반란"…4Q 정유 이익, 非정유 역전할 듯


입력 2021.10.14 11:40 수정 2021.10.14 11:4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정제마진 상승에 아시아 공급과잉 완화로 '질적개선'

주요국 '위드 코로나' 정책에 석유제품 소비 더 늘어날 듯

원유 상승에 재고평가이익도…환율 상승은 '부담'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계약 화이자 백신(자료사진) ⓒ연합뉴스

정유사들의 4분기 정유 사업 이익이 비(非)정유 사업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백신 접종이 대부분 완료되면서 석유제품 수요 증가 기대감을 한껏 높였고,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연중 최고치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상승사이클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4분기 정유 사업이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非)정유 부문과 비교해 회복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4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2270억원으로 3분기와 비교해 249.2%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 13.8%에서 4분기 40.3%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분기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860억원)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이며,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2510억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정유 사업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대신증권은 4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2210억원으로 3분기와 견줘 10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25.4%에서 4분기 40.4%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880억원)의 3배 수준이며, 윤활유 사업(2330억원)과는 12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4분기 정유 사업은 재고평가이익에 의존해야 했던 상반기와 달리 정제마진 상승과 함께 중국 역내 공급부담 완화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질적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정제마진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익성 개선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7월까지 월 평균 배럴당 1~2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8월부터 3달러대로 올라선 후 이달 첫째주 6.9달러로 수직상승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의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로 판단한다. 정제마진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4분기 정유사들의 수익도 그만큼 끌어올릴 전망이다.


중국 등 대내외 환경도 우호적이다. 중국은 현지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중국의 석유제품 순수출이 감소하면서 아시아 정유 시장에 대한 공급과잉이 완화되고, 이는 제품 마진 반등으로 이어진다.


하이투자증권은 "아시아 역내는 수요 회복과 더불어, 중국 내 공급조정이 함께 발생하고 있어 정제마진은 구조적인 상승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의 '위드 코로나' 정책도 본격화되면서 석유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들에게 11월부터 육로 국경을 열기로 했다. 항공기를 통한 입국의 경우, 백신접종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규제를 변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4분기에는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가 이전 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전망 기관들의 예측도 이를 뒷받침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0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4분기 글로벌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9982만 배럴로 3분기(9833만 배럴) 보다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에는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평가이익은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을 말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구입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해 정유사들이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13일(현지시간) 기준 두바이 가격은 81.43달러로 10월 1일 75.68달러 보다 5.75달러 상승했다. WTI와 브렌트 가격은 각각 80.44달러, 83.18달러로 4.56달러, 3.9달러 상승했다.


원유 가격은 산유국들의 증산 의지가 아직까지 크지 않은데다, 천연가스 가격도 강세를 나타내 연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재고평가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환율 상승은 4분기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손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00달러를 돌파하며 정유업계에 부담감을 높이고 있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매입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면 그만큼 손해가 생기는 구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폭이 크다면 정유사가 영업흑자를 내더라도 환차손 영향으로 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면서도 "현 수준의 환율이라면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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