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인수로 전 업권 라인업 완성
비용 최소화하며 사업권 확보 '묘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마침내 손해보험사를 품에 안으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소형 손보사 인수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가운데 직접 새로운 금융사를 설립하는 부담 없이 사업 인가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묘수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이 비로소 모든 금융권의 서비스를 자체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새로운 도전자로 떠오른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달 26일 이사회에서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인수 안건을 의결하고, 같은 달 29일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한금융은 BNP파리바그룹이 갖고 있는 카디프손보 지분 95%를 400억원대에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분 5%는 카디프손보의 합작사인 신한라이프가 이미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손보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포트폴리오를 최종 완성하게 됐다. 신한금융은 손보사를 제외하고 은행부터 생명보험, 증권, 카드,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 등 모든 금융권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더구나 올해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과 기존 신한생명과의 합병을 통한 신한라이프 출범으로 생보 분야를 크게 키우면서, 보업업권에 비어 있던 손보사의 공백은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돼 왔다.
이미 손보사를 쥐고 있던 경쟁 금융그룹들과의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됐다.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이 2015년 인수한 LIG손보는 KB손보로 간판을 바꿔 단 뒤 업계 상위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하나금융 역시 올해 초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하나손보로 재출범시켰고, NH농협금융도 NH농협손보를 보유하고 있다. 5대 금융그룹 중에서는 지주로 체제를 전환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우리금융만 보험사가 비어 있다.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 '박차'
이제 조 회장의 과제는 카디프손보를 얼마나 빨리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카디프손보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 1084억원의 소형 손보사다. 재보험 등 특수보험을 제외한 국내 16개 일반 종합 손보사들 중 규모가 제일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의 이번 선택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손보 사업 라이센스를 획득했다는 데 있다. 곧바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매물을 찾기 쉽지 않은 여건에서 회사를 신설해 새로 인가를 받는 부담을 안기보다, 차라리 소형 손보사를 인수해 싼 값에 사업 라인센스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이 역량을 집중한다면 카디프손보는 이전과 다른 빠른 성장을 일궈 갈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은 카디프손보를 기존에 없던 디지털 손보사로 육성해 금융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손보사까지 포함한 종합 디지털 플랫폼을 갖추면서 빅테크들과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는 점도 메리트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기존 금융사도 슈퍼앱을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와중 손보 라인업을 채웠다는 점은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슈퍼앱은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한 곳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앱으로,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 플랫폼들이 선점한 시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손보사 인수를 통해 그룹사 간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최근 통합 출범한 신한라이프와의 보험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채널과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복합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