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강온 양면' 전략…김문수 요구 수용하되 전당대회 소집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05.06 06:10  수정 2025.05.06 06:10

5일 의원총회 소집, 김문수 압박한 지도부

의원들 성화에 김문수 찾아가 의견 청취

의총 후 金 의견 수용…선대위 구성 의결

11일 전대 공고, '단일화 데드라인' 설정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던 국민의힘 분위기가 의원총회를 계기로 살짝 변화해 주목된다. 의총에서는 김 후보를 자극할 수 있는 단일화 시한을 못박은 촉구 결의를 결국 채택하지 않았고, 의총 후 곧장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김 후보가 요구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은 장소 미정, 안건 미정으로 오는 10~11일 중에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전격 공고했다. 사실상 단일화의 데드라인을 설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의 '강온 양면 전략'에 이제 공은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으로 향할 김 후보에게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5일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본래 이날은 연휴 중간인데다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겹쳐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역구에 내려가 있어 의총 소집 계획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 주변으로부터 계속해서 단일화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의원들이 거세게 의총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 소집이 예고됐던 이날 의총은 결국 오후 8시 10분경에야 시작해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김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빅텐트에 동의하는 후보들 먼저 단일화를 이루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1대1 단일화가 아닌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을 모두 포괄하는 폭넓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우리 당원들과 국민들이 김 후보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준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압박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의원들이 지도부에 김 후보를 만나서 설득하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강명구 비서실장 등은 이날 의총 도중 퇴장해 김 후보의 캠프 사무실로 찾아가 면담한 뒤 의총장으로 복귀했다.


다만 지도부는 이날 밤 김 후보와의 만남에서 단일화 시한을 못박자는 것을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김대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설득은 아직 안됐고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에서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가 후보가 오는 6일 상견례를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지만, 김 의원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세 시간 동안 진행된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 일정을 조속히 밝혀줄 것에 대해 공통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 촉구) 입장문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지나치게 우리 후보를 압박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백브리핑으로만 말씀 드리는 걸로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시점에 대해서는 "7일과 9일이 언급됐으나 (의원들간) 의견 일치를 보이진 않았다"며 "다만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단일화 시점이 정해져야 한다는 데에는 모든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지도부는 의원총회 직후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개최해 김 후보가 이날 재차 요구한 중앙선대위 구성을 의결했다.


상임선대위원장에 권영세 비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에 권성동 원내대표, 주호영·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의원, 총괄선대본부장에 윤재옥 의원, 단일화추진본부장에 유상범 의원을 임명했다. 중앙선대위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빠졌다. 시도당선대위원장은 현재 시도당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앞서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 이후에 중앙선대위와 시도당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이날 의총 후 입장을 선회했다. 그 이유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늦게라도 의총을 열고 비대위에서 빨리 선대위를 출범시켜드리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후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고 했다.


단일화 시기와 관련해서는 "오늘은 결론난 것이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간에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안을 의결한 것은 김문수 후보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또 김 후보의 심기를 고려해 단일화 시한을 못박은 결의문을 의총에서 채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오는 10~11일 중으로 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는 공고를 전격적으로 냈다. 장소 미정, 안건 미정이지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해 일단 먼저 전당대회 소집 공고부터 낸 것이다. 10~11일은 중앙선관위에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등록하는 날이다.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낸 것으로, 사실상 단일화의 '데드라인'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지도부의 '강온 양면 전략'에 김 후보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김 후보는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을 순회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에도 국회에 모여 의원총회를 속개하고 단일화 문제에 관한 논의를 이어간다. 김 후보의 TK 발언과 이에 따른 국민의힘 의총 반응 등이 '단일화 정국'의 판을 계속해서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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