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찾아온 지도부에도…김문수, '보수 심장' 영남서 '마이웨이'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05.06 06:05  수정 2025.05.06 06:05

김문수, 당 안팎 '단일화' 압박에도 굳건

의총 도중 진행된 지도부 면담에도 평행선

김문수 "후보 단일화 의지 존중해야"

관건은 보수층 여론…영남 민심 공략 본격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당대회 직후를 시작으로 연휴 기간에도 국민의힘 안팎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를 향한 거센 단일화 압박이 이어졌지만 김 후보는 '보수 심장' 영남을 찾는 등 자신의 선거 전략을 밀고 나가고 있다. 당당히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된 만큼 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주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후보는 5일 밤 캠프 사무실로 찾아온 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세 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밤 8시 늦은 시각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였으나 '성토 대상'인 김 후보는 정작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직접 김 후보를 찾아가 단일화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김 후보는 의총 직전 지도부로부터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 3일 전당대회 당일 당장 "사흘 내로 단일화를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단일화는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추진기구 구성을 중앙선대위가 신속히 받아들인다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며 "잘못된 사실에 기반해 대통령 후보의 진심을 왜곡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3일 전당대회 후 5일 TV토론 등을 거쳐 6~7일 여론조사를 돌리고 8일 단일후보를 발표한다는 로드맵을 짜놨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지도부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선출된 후보를 바꾸려 한다는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읽힌다.


지도부와 만난 직후 김 후보가 밝힌 세 가지 요구 조건은 △당원과 국민의 뜻으로 선출된 후보의 당헌·당규 및 법률에 따른 정당한 요구를 즉시 집행 △후보의 당무우선권 존중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및 시도당선거대책위원회 즉시 구성 등이다.


김 후보는 "이 세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단일화 절차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당은 후보의 단일화 의지를 존중하고, 총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를 접견하고 돌아온 국민의힘 지도부는 심야에 즉각 임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중앙선대위 및 시·도당선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대위조차 구성하지 않은 채 후보단일화부터 먼저 추진해 당 대선 후보를 바꾸려던 로드맵은 일단 무산됐다.


'꼿꼿한' 김문수
단일화 압박 뒤로
보수층 표심 잡기


지도부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김문수 후보는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 지역으로 향해 본격적인 유세에 나선다. 6일 포항 죽도 시장에서 상인을 만나 오찬을 하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지원단을 만난다. 이후 경주 황리단길과 대구 동성로·수성못을 찾아 현지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2일에는 대구에서 부산으로 이동해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에서는 단일화 요구에도 흔들림 없이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며,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김 후보 역시 단일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한 예비후보보다 뒤처진 지지율을 반전 시킨 후 적절한 시점에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일∼이달 2일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보수진영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한덕수 예비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김문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후보 30.0%, 김문수 후보 21.9%였다.


또 대선 3자 가상대결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46.6%,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27.8%,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5% △이재명 민주당 후보 46.5%, 한덕수 무소속 후보 34.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9%였다. 이 후보와 김 후보 사이의 격차는 18.8%p, 이 후보와 한 후보의 격차는 12.2%p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지금으로서는 적합도 조사 방식이나, 경쟁력 조사 방식이나 한 후보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로서 영남 지방을 도는 등 대권 행보를 좀 하면서 지지율에 탄력이 붙으면 한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시도하는 게 김 후보 측의 복안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관건은 보수층 여론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됐다. 경기권에서는 김 후보가 비교적 우세할 수 있지만, 영남권에서는 한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오는 6일 대구 동성로와 수성못에서 진행될 김 후보의 일정이 민심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 만큼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그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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