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경제성장 목표 정책 집중
늘어난 재정 탓 물가 지속 상승
경제성장 효과 상쇄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을 자랑해 온 우리 경제가 연일 계속되는 고물가 행진으로 자칫 열매를 수확하기도 전에 낙과(落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일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마이너스(-) 0.9% 성장을 기록했다가 올해 1분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올해 1분기 1.9% 성장하더니 2분기 6%, 3분기 4% 오르면서 현재는 전체 성장률을 4%대까지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4.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 등 국제기구에서도 4.0% 이상 성장을 전망하고 있어 정부는 경제성장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과 같은 4.0%로 전망하자 “우리 경제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왔음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OECD 평가를 종합하면 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전과 비교할 때 2023년까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경제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왔음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달성에 거는 기대는 내수 회복에 쏟아내는 정책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다섯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데 이어 올해도 두 번의 추경으로 예산을 애초보다 50조원 가까이 늘린 바 있다. 늘어난 예산 대부분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취약계층 지원이나 내수 회복을 위한 재정으로 쓰였다.
지난달 3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하락하자 정부는 경기회복책 속도를 더욱 높였다. 재난지원금과 소비쿠폰을 발행하고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손실보상금) 등을 추가 지원했다.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과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으로 소비를 독려했다. 이러한 조처에도 내수 회복이 속도를 높이지 못하자 결국 단계적 일상회복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OECD가 세계 성장률을 9월보다 0.1%p 낮춘 5.6%로 예측하면서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9월과 같은 4.0%로 유지한 것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분위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경제성장에 정책을 집중하면서 부작용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다 보니 늘어난 통화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수개월째 치솟는 물가는 그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오른 109.41(2015년=100)로 조사됐다. 2011년 12월 4.2% 상승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0.6%) 이후 2월(1.1%)과 3월(1.5%) 1%대 상승률을 보였다. 4월(2.3%)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 넘게 상승했다. 10월(3.2%)에는 9년 8개월 만에 3%대로 껑충 뛰더니 지난달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물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성장 효과를 상쇄시킬 수밖에 없다. 경제가 10% 성장하더라도 시장 재화 가격이 20% 오르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과 다름없다.
정부는 사실상 진퇴양난 상황이다. 단계적 일상회복과 재난지원금,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등 올해 1년 내내 직·간접 지원으로 경제를 이끌어왔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 하지만 현실은 정부 바람과 다르다.
향후 물가도 불안하다. “내달부터는 물가 인상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전망과 달리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10월 전년동기대비 8.9% 뛰어올라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지수도 35.8%나 올랐다. 이 또한 13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전망이 어둡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회복과 물가안정 간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상충효과)가 심해졌다”며 “현재로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백을 보완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물가와 경제성장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다”며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