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방통위 서로 관할 아니라며 책임 ‘떠넘기기’ 바빠
LGU+, 애플에 오류 기록 전달…애플 “확인하겠다” 입장 밝혀
정부가 애플 ‘아이폰13’의 통화 먹통 문제를 3주 넘게 수수방관하고 있어 논란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는 서로 관할을 떠넘기기 바쁘고 제대로 된 사실 파악 조차 나서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불거진 아이폰13 통화 먹통 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실태조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의 고객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관리·감독 소재가 모호하다며 팔짱을 낀 채 기업에 해결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의 원인이 제조사의 ‘단말’인지 이통사의 ‘네트워크’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답답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통화 먹통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한 아이폰13 구매자는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정부부터 일을 떠넘기니 애플과 이통사 역시 서로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으로 지목할 뿐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애플과 LG유플러스는 문제의 원인으로 상대방을 지목하고 있다.
애플의 논리는 만약 단말의 문제였다면 SK텔레콤이나 KT 등 다른 이통사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장애가 발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현재까지 아이폰13 수신 불량 관련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다르게 다른 이통사도 비율이 낮을 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이폰13 피해 소비자 42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 채팅방 ‘아이폰13 수신 불량 피해자 모임’에서는 SK텔레콤과 KT의 고객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근거로 애플의 아이폰13 단말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통 3사 중 LG유플러스만 사용하는 특정 제조사의 통신장비인 화웨이 장비가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하지만 그 가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화웨이 장비가 깔린 지역에서만 문제가 발생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아이폰13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단말이 문제라는 LG유플러스 측 주장에 힘을 싣는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18일 아이폰13과 ‘아이폰12’에서 통화 끊김 현상이 발생하자 운영체제(OS) iOS 15.1의 업데이트 버전인 iOS 15.1.1을 배포한 바 있다. 국내 이통사 네트워크 문제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단, 문제 발생 시점은 두 주장 모두에 의문점을 품게 한다. 아이폰13이 국내 출시된 것은 지난 10월 8일이다. 하지만 통화 불량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건 약 한달 뒤인 지난달 중순께다. 단말과 네트워크 모두 문제를 유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 됐든 신속히 파악하고 해결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물론 제조사인 애플 역시 장애 원인 규명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제조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은 100만원대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고서도 원인조차 모르는 장애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분개하고 있다.
이통사인 LG유플러스만 유일하게 사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일 오전 9시부터 아이폰13 통화 불량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전용상담창구’를 운영하고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에게 임대폰을 대여 중이다.
LG유플러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애플에 오류 로그 데이터를 보내 공동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애플 측은 LG유플러스에 문제에 대해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지 않자 국회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아이폰 안테나 게이트와 배터리 게이트, 맥북 빅서 게이트 등 애플의 기기 문제에 대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며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해외기업 봐주기 의혹, 유착관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아이폰13 통화 불량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