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로 퍼지는 '反 노소영 정서'…"노태우 비자금 의혹의 중심"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06.18 11:08  수정 2025.06.18 12:20

정치권을 넘어 대학가로 번지는 '노태우 비자금 의혹'

"노태우 은닉 자금 규명 안됐는데…노소영 방문 환영에 분노"

경기대 초청 행사 결국 취소

노소영 초청에 대해 규탄 대자보 및 환영 플랜카드ⓒ학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경기대학생 일동

노태우 일가의 '안방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라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반발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대학교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초청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노 관장은 16일 오후 경기대 예술대학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노 관장이 직전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노 관장의 건강상 이유였지만,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가 붙고 반대 시위가 예정돼 있는 등 학생들의 반발이 잦아들지 않은 게 큰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지난주 '노소영 관장님의 경기대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인사말이 적힌 플랜카드가 교내에 걸리자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학생들은 "노소영은 독재자 노태우의 딸로, 이혼 소송 과정에서조차 '선경 300억'이라는 메모와 50억짜리 약속어음 6장을 제출해 비자금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이 비자금은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은닉 재산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인물이 학문과 진실의 공간인 대학에 발을 들이려는 것도 모자라, 이를 환영하는 플랜카드가 걸리고 '경기대 재학생 일동'이라는 허위 명의까지 동원되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내에 걸린 '노소영 초청 규탄' 대자보엔 "계엄의 악몽", "군사독재의 수혜자이자, 불법 비자금 은닉 의혹의 중심" 등 비판 글이 적혔다. 노 관장 방문 당일엔 학생들의 시위도 계획됐다.


결국 노 관장의 경기대 방문은 취소됐지만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불법 비자금을 감춰두고 대를 이어 부를 누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대학가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

앞서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최근 '노태우 자료관 설립에 반대하는 부산외대 학생 모임'을 만들어 1인 시위, 전단지 배포, 학내 대자보 부착, 자료관 설립 반대 서명 등 학내 활동을 진행했다. 부산외대는 노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 업적을 기리고 관련 자료를 전시·보존하는 '노태우 대통령 자료관'을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콘퍼런스 공동 개최를 위한 협약을 아트센터 나비 측과 체결하기도 했다. 체결식에는 노 관장과 동생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논란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총 300억원)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김 여사가 아들 노재헌씨가 이사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과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노태우 일가의 '안방 비자금'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전두환·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 "민사상 소멸시효도 배제해 상속재산 범위 안에 있다면 그가 사망한 뒤 상속자들한테까지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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