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가전, 상반기 지속된 펜트업 수요에 역대급 실적
집콕 트렌드에 가전 관심 1년 내내…하반기 성수기 효과↓
하반기 비용 부담 확대에 가전 업계 비상…대응책 마련 고심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산업 전반을 휘감은 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각 산업과 기업들은 비대면(언택트·Untact) 시대에 맞춘 다양한 사업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올 한 해 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들과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본다.[편집자 주]
올해 가전업계가 2년 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례적인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여줬다. 상반기에는 펜트업(pent-up·억눌린) 수요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연달아 갈아치우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에는 넘치는 유동성에 물류비와 원자재값이 급상승해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가전 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상저하고’ 흐름이 깨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가전시장은 비수기인 상반기에는 실적이 낮고 대형 이벤트가 몰려 있는 하반기에 호실적을 기록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전에 대한 관심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오히려 상반기 실적이 더 좋은 ‘상고하저’의 실적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하반기부터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원자재값과 물류비가 폭등하면서 상반기와 실적 격차가 더욱 확연해졌다.
상반기는 삼성·LG 가전 전성기…프리미엄 제품 수요 확대
상반기 생활가전 시장은 보복소비 수요가 지속되고 집안에서의 생활에 관심이 커지면서 가전 수요의 다양화로 이어졌다. 이는 TV·냉장고부터 와인셀러까지 가전 전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대유위니아 등 중소 가전업체들 역시 수혜를 톡톡히 봤다.
업체별로 보면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비스포크 제품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선진시장뿐 아니라 서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성장했으며, 모듈화를 통한 운영 효율화로 실적을 개선했다.
실제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CE) 부문은 상반기에 2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매출도 1분기와 2분기에 걸쳐 전년 대비 각각 20~30% 성장을 이루며 26조383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의류관리기 등 신가전과 올레드 TV, 오브제컬렉션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꾀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렌탈 사업 역시 호조세를 보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덕분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LG전자는 상반기 생활가전과 TV를 통해 2조28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도 21조575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활약에 힘입어 상반기 국내 가전 시장은 외형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정보 기업 GfK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가전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다. 이는 국내 대표 가전제품 24개의 매출 금액 기준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주요 채널을 포함한 수치다.
2021년 상반기 성장은 온라인 채널에서 비롯됐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가전제품 판매 매출은 2020년과 비교해 19%가 증가하며 시장 전체를 이끌었다.
하반기, 비용부담 확대에 수익성 ‘뚝’
하반기 가전업계가 부진한 이유로는 원자재값 폭등과 위드 위드코로나 확산이 꼽힌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거세진 지금 시점에선 위드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원자재값과 물류비 리스크는 여전히 가전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익을 달성했던 상반기와 달리 3분기에는 예년과 비슷한 7600억원대로 떨어졌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H&A 사업본부가 5054억원, TV를 주력으로 하는 HE 사업본부가 20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반기보다 수익이 감소했다.
실제 가전 내·외장에 두루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을 보면 3분기 기준 철강은 전년 대비 24.6% 올랐고 레진(수지)은 21.2% 상승했다. 구리도 1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역시 가전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비대면 구매가 늘어나면서 화물 수요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늘어난 탓이 크다. 실제 LG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해상,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H&A사업본부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당사 매출 기준으로 전년 대비 2% 정도의 물류비 영향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상고하저의 흐름에 따라 연말 대형 이벤트에 따른 특수가 예년보다 약해진 점도 하반기 부진에 한몫하고 있다. TV만 보더라도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에 수요가 느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에는 상기한 물류비, 원자재값 폭등 여파까지 겹치며 출하량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5251만대로, 전분기 대비 8.3% 감소했고, 코로나19 펜트업 수요가 강했던 전년과 비교해선 14.7% 감소했다. 4분 출하량은 5913만대로 전분기 대비 1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전년에 비해서는 10.3% 감소가 예측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부담을 줄이고 브랜드 파워를 통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지만 녹록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공급망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과 물류비 증가 기조가 길게는 1~2년 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내년에도 상고하저의 실적 흐름을 이어갈지는 두고 봐야 된다”며 “특히 다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로 가전업계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