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등 100억대 규모 FA 계약자 벌써 4명 탄생
대체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 찾기 어려워 ‘선수층 한계’
활황 아닌 KBO리그와 구단 적자에도 FA 계약금만 치솟아
광풍이다.
박건우(NC)-김재환(두산)-김현수(LG)-나성범(KIA)-양현종(KIA)까지 100억대 규모를 초과하는 FA 계약 대박을 터뜨린 선수가 벌써 5명이나 탄생했다. 80억 규모의 FA 계약을 맺은 박해민(LG) 등 15명의 FA 중 계약을 완료한 8명의 몸값은 무려 870억원대.
대기하고 있는 양현종-황재균-박병호 등의 계약 규모를 예상하면 이번 FA 시장은 10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766억원(2016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프로야구 평균 연봉이 2년 연속 감소세인데 일부 FA 선수들은 기록적인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MLB) 구단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가 FA 최대 규모의 계약을 했다는 소식에 놀란 눈치다.
대형 FA 외야수들이 쏟아지면서 구단들도 좌시할 수 없게 되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2023년 시즌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연봉 상한제) 영향, 장기계약 추세, 에이전트를 앞세운 협상이 이어지다보니 몸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었다.
KBO리그 A구단 프런트를 거친 야구 관계자는 요즘 FA 시장에 부는 광풍에 대해 “없으니 뭐. 대체할 선수들이 별로 없잖아요”라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게 이 정도의 금액을 퍼부어야 하는 환경은 한국야구의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는 것이 새삼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전도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많지 않다보니 저연봉 선수들 정리로 비용절감에 나섰던 구단들도 어쩔 수 없이 지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두 시즌 무관중 경기가 불어나면서 대부분의 구단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무관중 또는 관중 입장 제한으로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단들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KBO리그 산업 구조의 활황이나 선수들의 실력이 레벨업 된 것도 아닌데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는 비현실적 현상에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몸값 거품 논란과 선수들 사이의 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가대표급의 일부 선수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호텔에서 술판을 벌이다 발각돼 실망을 안겼고, 도쿄올림픽 노메달 굴욕으로 야구팬들의 관심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실내 돔에서 치른 한국시리즈도 매진에 실패했다.
수요가 있으니 값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FA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건전하거나 바람직한 구조 안에서 몸값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거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지켜보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과열된 FA 시장만큼이나 다음 시즌 KBO리그 그라운드도 선수들의 수준 높은 활약과 질 높은 경기로 달궈 팬들의 가슴을 적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