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팀 떠나는 선수들의 정성 담긴 손편지 대세로 자리
프랜차이즈 스타 떠나보내는 팬들은 트럭 시위로 분노 표출
몸값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서 정성을 담은 손편지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FA 시장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고 팀을 떠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정성 담긴 손편지로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삼성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해민이 손편지를 남겼다. 그는 지난달 14일 4년 총액 60억 원을 제시한 LG로 이적했다. 올해 스토브리그 FA 2호 계약자로 이름을 올린 박해민은 계약이 발표된 이후 SNS를 통해 손편지를 올려 정들었던 삼성을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는 “시즌 전부터 삼성에서 계속해서 주장을 맡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정든 두산을 떠나 NC와 6년 총액 100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박건우도 팬들에게 눈물 젖은 메시지를 남겼다.
2009년 데뷔 이래 줄곧 두산에서만 뛴 박건우는 자신의 SNS에 “그동안 두산에서 야구하면서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두산을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써 가는 데 눈물이 많이 납니다”라고 적었다.
역시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 잡았던 손아섭도 지난달 24일 NC와 4년간 총액 64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뒤 자신의 SNS에 직접 글을 남겼다.
그는 “내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을 했다. 15년의 프로 생활 중 가장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며 “사랑하는 롯데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 여러분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평생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 글을 올리는 지금도 실감 나지 않는다”며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29일 키움을 떠나 KT와 3년 총약 30억 원에 계약한 박병호도 이적 후 소속사 SNS를 통해 “히어로즈는 내게 고향 같은 구단이었다. 팬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마지막 아웃 순간까지 소리 높여 응원하여 주신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선수는 아쉬워했지만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키지 못한 구단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잦은 내부 선수 유출로 분노한 두산 팬들은 “자본의 투입과 상대경쟁 체제로 이뤄지는 프로스포츠에서 냉정하게 프로야구단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묻고 싶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화 팬들의 경우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탈은 없었지만 FA 시장서 구단의 소극적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트럭시위를 펼쳤다.
키움 팬도 본사와 고척돔을 돌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구단을 저버리고 선수를 따라 옮기겠다는 팬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스토브리그서 떠나는 선수들은 떠날 땐 떠나더라도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것은 떠나는 선수들의 정성이 담긴 메시지보다는, 그들을 붙잡고자 하는 구단의 진심을 더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