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지속돼 온 카피캣 오명 올해 행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커버 디스플레이 위치 빼면 ‘갤Z플립3’와 유사…완성도 떨어져
하이센스, ‘더 세로’ 흡사한 ‘로테이팅 TV’ 전시...더욱 더 노골화
올해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7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서도 과거부터 지속돼온 중국 업체들의 노골적인 ‘한국 베끼기’가 반복됐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CES 2022’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만든 혁신 제품을 대놓고 베끼는 행태로 중국 기업들의 카피캣(Copy Cat·성공 제품을 모방한 제품) 오명은 지속됐다.
올해 행사서 대표적인 카피캣의 주인공은 중국 TCL의 폴더블(Foldable·접히는) 스마트폰 ‘시카고’ 였다. 이 제품은 공전의 히트를 친 삼성전자 폴더블 폰 ‘갤럭시Z플립3’와 유사한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로 부스에서 전시됐다.
정식 출시 제품이 아닌 프로토타입(시제품)이지만 전체적으로 갤럭시Z플립3과 매우 흡사했다. 외부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고 배치가 가로가 아닌 세로로 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제품은 ‘덜렁거린다’는 인상이 강했다. 갤럭시Z플립3에 원하는 각도로 펼쳐서 세워놓을 수 있도록 한 ‘프리스탑 힌지(경첩)’ 기술이 적용된 반면 TCL의 시카고 제품은 각도 조절이 원활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마감과 완성도가 ‘갤럭시Z플립3’ 대비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상징인 ‘엣지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따라한 제품도 전시됐다. ‘TCL 20 프로 5G’라는 제품은 각진 모서리와 엣지 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연상케 했다.
이외에 가전업체 하이센스도 앞서 출시된 삼성전자의 세로형 TV ‘더 세로’와 흡사한 ‘로테이팅 TV’를 전시했다. 제품을 가로·세로로 회전시킬 수 있다는 제품 특징을 그대로 모방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중국의 노골적인 베끼기는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올해 행사에서 하이센스가 삼성전자의 ‘더 세로’를 모방해 선보인 ‘로테이팅 TV’와 같은 사례는 2년전에도 있었다. TCL은 2년 전 ‘CES 2020’에서 화면이 돌아가는 회전형 TV ‘A200 프로’를 선보였는데 ‘더 세로’와 거의 똑같은 제품으로 빈축을 샀다.
TCL은 지난 2014년 CES 행사에서도 삼성전자의 ‘타임리스 갤러리 초고화질(UHD) TV’ 디자인을 따라하는 등 일찍부터 대표적인 ‘삼성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는데 최근에도 반복적인 제품 베끼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는 지난해 ‘CES 2021’에서 LG전자의 롤러블(Rollable·둘둘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자사의 제품인 것처럼 무단으로 도용해 문제가 됐다.
결국 스카이워스는 “LG 롤러블 OLED TV 이미지를 우리 회사의 혁신 제품 일부로 잘못 소개했다”며 “이미지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지식재산권을 존중한다”고 사과했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제품 베끼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상용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모방 제품을 내놓는 것을 넘어서서 컨셉 제품마저 바로 베끼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TCL이 지난해 ‘CES 2021’ 프레스컨퍼런스를 통해 컨셉 제품으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은 LG전자 제품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영상을 통해 제품을 첫 선보인 날과 같은 날 똑같이 영상으로 공개한 것이다.
당시 TCL이 제품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 최초 롤러블 폰 상용화 타이틀을 가져가는 듯했으나 기술적인 한계로 실제 제품은 출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