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여야 구도와 결 다른 새 전선 구축
대장동·장남 도박도 감쌌던 친여 진영 술렁
李 "의견 청취"라며 선 그었지만 논란 계속
'여가부 폐지' 대응 尹…대선 쟁점 부상
젠더 이슈가 대선판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페미니즘 관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며 이미 불이 붙었다. 젠더 이슈는 기존의 여야 대립 구도와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전선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시작은 이 후보가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을 결정하며 본격화됐다. 닷페이스는 성소수자,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 노동 등의 의제를 다루는 채널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페미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는 7일 오전 인터뷰 촬영을 마쳤으며, 다음 주중 방송될 예정이다.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씨리얼’ 출연을 취소했을 정도로 그간 거리를 둬왔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 후보가 2030 남성 위주의 행보를 해왔다면, 이제는 여성 관련 문제도 다뤄야 할 부분”이라며 “적어도 후보가 이야기는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방영 전임에도 불구하고, 출연한 자체로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적지 않다. 대장동 의혹, 장남 도박 논란 마저 감쌌던 클리앙 등 친이재명 온라인 커뮤니티부터 뒤집어졌다. 이날까지도 이 후보의 출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의원 단체 톡방에 “오히려 실이 많은데 왜 이런 곳에 후보를 출연하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예상한 듯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권자를 가려가며 의견을 듣는 것은 옳은 정치가 아니다”며 “제가 출연한 미디어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떤 청년의 목소리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의견 청취’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휘발성이 큰 사안이어서 방송 이후에도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같은 시각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일곱 글자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 후보의 페미니즘 채널 출연과 맞물린 데다가 ‘의견 청취’라는 모호한 입장과 대비를 이루며 파괴력이 컸다. 윤 후보는 이날도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며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후보와 갈등을 봉합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복어요리를 시작했다”며 환영했다. 청년과 젠더 문제는 독을 품고 있는 복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간 이 대표의 주장이었다. 그는 윤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을 영입하자 “복어를 요리하라고 했더니 갈아버렸다”고 비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대위가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지금까지 당의 철학과 맞지 않는 개별 영입인사들의 발언이 가져오던 혼란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라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었으니 앞으로 우리의 공약 메시지의 혼란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적극적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