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車보험 과잉진료 집중심사
"대다수 선량한 고객 보호 최선"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이 도 넘는 의료 쇼핑을 일삼는 모럴해저드 차단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일부 불량 가입자의 과도한 보험금 청구로 다른 선량한 고객이 피해를 보는 구조적 문제를 이제는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
정 원장은 18일 발표한 신년 사업계획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하지 않는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 보호를 위해 문제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계부처의 관리 강화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기록 제출거부니 브로커 개입 등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청구유형에 대한 집중심사 시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나친 고액 비급여 진료가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간 협의 결과, 올해 1~3세대 실손보험료의 전체 인상률 평균은 약 14.2% 수준으로 결정됐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의 내년 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16%다. 2017년 4월 이후 공급된 3세대 신(新)실손보험은 2020년부터 적용해왔던 8.9% 수준의 한시적인 할인 혜택이 종료된다.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는 고액 보험금 청구를 지속하는 일부 가입자의 일탈이 꼽힌다. 실제로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62.4%는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2.2%는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갔다. 5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은 초고액 수령자도 9만명이나 됐다.
정 원장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계약 전환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상품의 구조를 개선하고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합리적인 보장을 제공하고자 지난 7월 출시됐다.
정 원장은 "4세대 실손보험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도록 계약 전환 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계약전환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상화 박차
정 원장은 자동차보험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도려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에서 역시 이런 악습이 일반 고객의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 원장은 "자동차보험의 비정상적 관행을 개선해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차단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인Ⅱ 치료비 본인 과실비율 적용 및 장기 치료 시 진단서 제출 의무화 등 제도개선 사항의 안정적 도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급증하는 과잉한방진료를 개선하기 위해 한의원 상급병실 등 문제항목에 대한 합리적인 진료수가 기준 마련을 건의하고, 정비요금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참고 기준 마련 및 경미 사고 시 복원수리 기준 법제화 방안도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부연했다.
대신 선량한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는 더욱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 원장은 "손보사가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보험가입·청구 등에 필요한 행정서류를 편리하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39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금 청구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실손 청구 전산화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