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툭하면 막히는 수에즈·호르무즈
지정학적 리스크에 공급망 피해 막심
항구적 대안은 또 다른 노선 개발뿐
“북극항로, 주요국 경쟁의 전략적 공간”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을 받은 태국 선적 컨테이너선 마유리 나리호가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다. ⓒ AFP/연합뉴스
최근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전역에 전운이 확산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해상 물류망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선사는 전쟁 발발 직후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의 우회를 선택했고, 일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해 기약 없이 갇혀있는 상태다.
이처럼 해상 물류망이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매번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길, 즉 ‘제3의 항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주요 해운 선진국들이 ‘북극항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준비 작업을 서두르는 이유다.
중동 전쟁 발발 2주가 넘어가면서 글로벌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운반선을 중심으로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12일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 유조선(VLCC)을 기준으로 348.9를 기록했다. 전쟁 직전 대비 55.3% 오른 수치다.
17만4000㎥급 LNG 운반선 단기 운임과 1년 정기 용선료는 지난 6일 기준 20만5000달러, 1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장 전과 비교하면 단기 운임은 5.8배, 1년 용선료는 2.4배 늘었다.
컨테이너 운임도 다르지 않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6일 발표한 부산발 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KCCI)는 전주(1767p) 대비 113(6.3%) 오른 1879p를 기록했다. 전쟁 직후인 지난 3일 1614p와 비교하면 265(16.2%) 늘어난 수치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급등하고 있다. SCFI는 지난 13일 기준 1710.35p로 지난주 대비 221.16p 상승했다. 지난달 27일(1333.11p)과 비교하면 377.24p 오른 수준이다.
SCFI가 1700p대를 찍은 것은 지난해 7월 11일(1733.29p)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특히 중동 노선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220달러로 40.8% 올라 미주 동안 노선 운임(3111달러)을 추월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 운임이 미주 동안 운임보다 비싸진 것은 2009년 10월 관련 집계 시작 이래 최초다.
중동 노선이 애를 먹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2~3년 전에도 예멘과 후티 반군의 전쟁으로 수에즈 운하가 막혔다. 당연히 해상 운송 물류비는 급등했고, 국제 유가도 치솟았다.
북극항로 이미지. ⓒ 자료: 외신종합
거리 단축·비용 절감에 전쟁 리스크도 無
사실상 현실적인 해법이 없는 중동발 물류 악재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는 게 ‘북극항로’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뱃길이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매력은 ‘거리 단축’에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항로를 기준으로 하면 중동(수에즈, 호르무즈)노선 거리가 약 2만㎞ 정도다.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우 4000km가량 늘어나 약 2만4000㎞를 달려야 한다.
시간으로 보면 중동 노선을 지나는 데는 최대한 짧게 잡아서 30~34일 정도 걸린다.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36~40일가량 소요된다.
반면 북극항로(북동항로)를 지나면 거리는 약 1만3000㎞로 40%가량 감소한다. 줄어든 거리만큼 운항 시간 역시 20~24일 정도로 준다.
줄어든 운송 거리와 시간은 연료비 절감, 물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동 정세에 휘말리지 않아 물류 안정성이 커진다. 화주로서는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게 적시에 물건을 받고 넘기는 일이다.
과거 북극항로는 1년 중 대부분이 얼음에 덮여 있어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상업적 이용 가능 기간이 점차 늘고 있다. 2050년이면 얼음이 없는 무빙해(無氷海) 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기술적 한계도 빠른 속도로 극복 중이다. 쇄빙선 도움 없이 스스로 얼음을 깨는 화물선이 속속 건조되고 있다.
물론 당장에는 높은 비용과 친환경 연료 문제, 북극의 극한 기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러시아 영해를 통과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도 있다.
남재현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극항로는 중동 항로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리스크는 물론 기술 발전으로 비용 측면에서도 북극항로는 갈수록 매력적인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북극항로는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항로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리스크 분산, 친환경·내빙·쇄빙 선박 기술 축적, 연관 신산업 육성, 국제 물류 질서에서의 위상 강화로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북극항로는 단순한 신규 항로가 아니라, 주요 국가들이 선점 경쟁을 벌이는 전략적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방법 써도 2050년 북극 얼음 다 녹는다[줌인 북극항로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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