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HDC 정몽규 회장 검찰 고발…친족회사 20곳 19년 누락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3.17 12:00  수정 2026.03.17 12:01

2021~2024년 지정자료 제출 과정서 누락

동생 일가 8곳·외삼촌 일가 12곳…자산 연 1조원대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동생·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20개 계열회사를 19년 동안 누락한 ‘에이치디씨’ 정몽규 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누락한 사실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는 등 고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에이치디씨의 동일인 정몽규 회장이 2021~202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2021년 17개사, 2022년 19개사, 2023년 19개사, 2024년 18개사 등 총 20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업집단 에이치디씨는 1999년 고(故) 정세영 선대 회장이 기업집단 ‘현대’로부터 친족분리한 이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꾸준히 지정돼왔다. 2018년에는 HDC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2006년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됐으며 2021~2024년 지정자료 제출 시 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8개사,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12개사 등 총 20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다.


기업집단 에이치디씨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25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 왔다. 기업집단 내 최상단회사인 HDC는 2018년 지주회사 전환 이래 7년 이상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현황을 보고해 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은 2006년부터 기업집단 에이치디씨의 동일인이고 1999년부터 지주회사 겸 지정자료 제출대리인인 HDC의 대표이사로도 재직해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 것이다.


지주회사 사업 현황 보고의 핵심은 ‘계열회사 현황’으로, 지주회사 출자규제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정 회장은 자료제출 대상 친족 수가 많지 않고, 누락회사 대부분은 매우 가까운 친족인 동생 일가, 외삼촌 일가가 직접 소유하거나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로, 해당 친족들과는 모임·행사 등을 통해 지속 교류해왔으므로 친족들이 경영하는 회사들을 계열회사에 포함시켜야 했다.


한편, 정 회장과 사촌 관계인 다른 기업집단의 총수도 2021년 친족회사 누락 등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고발된 사례가 있었다.


공정위는 친족회사 확인 강화를 위해 자료제출 양식을 변경하면서 에이치디씨측이 이를 의식한 측면이 있었다고 봤다.


지정업무 담당자와 정 회장 비서진은 자료 준비 과정에서 친족회사 담당자들로부터 계열 요건(친족 지분율 30% 이상)에 해당한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누락이 적발되는 경우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조사 결과, 친족회사 관련 사안은 정 회장에게까지 보고됐으며 이 과정에서 친족의 지분율이 낮아 계열회사로 볼 수 없었던 회사까지 일일이 언급,해당 친족들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하는 등 신경을 쓴 정황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에이치디씨는 누락회사에 대한 계열편입·친족분리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개에 달하는 친족회사들이 누락된 지정자료를 지난 2024년까지 매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동일인의 매제(인트란스해운 대표)는 누락사실을 확인한 직후 17년째 맡아왔던 에이치디씨 계열회사 임원직에서 사임함으로써 누락회사와 에이치디씨 간 연관성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외삼촌 일가가 소유한 ‘쿤스트할레’는 에이치디씨 계열회사와 장기간 거래관계가 존재했고, ‘SJG세종’은 매출 규모가 큰 상장회사로서 공시자료만으로도 지분 보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등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연관된 회사들을 확인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친족회사 현황 파악 등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결과, 장기간 다수의 친족회사가 누락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정 회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회사들의 총 자산규모는 2021년 17개사(1조원), 2022년 19개사(1조1000억원), 2023년 19개사(1조1000억원), 2024년 18개사(1조2000억원) 등 연간 1조원을 상회한다.


일부 회사들은 최장 19년간 에이치디씨 소속회사에서 누락돼 사익편취규제 또는 공시의무 등의 적용을 일절 받지 않게 되는 등 규제 공백 상태가 초래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존재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도 모자라, 누락회사를 자진신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 등 법상 지정자료 제출의무를 경시한 행위를 고발 조치함으로써 대기업집단 시책의 근간이 되는 지정제도의 중요성과 지정자료 제출책임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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