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창고형 할인점 경쟁 ‘본격화’
일반 할인점 리뉴얼·추가 출점 등 예정
대형마트 업계가 창고형 할인점 출점에 매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필품과 식료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창고형 할인점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용량 상품=코스트코’라는 인식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나름의 경쟁력을 앞세워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오프라인 점포들이 온라인 채널에 밀리며 부진한 가운데 창고형 할인점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마트는 최근 실적부진을 만회하는 ‘히든카드’로 창고형 할인점 ‘맥스’를 앞세워 본격적인 ‘리부팅’에 나섰다. 철수 위기였던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을 ‘롯데마트 맥스’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진출하지 않은 호남 지역 공략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전주 송천점, 21일 광주 상무점을 새롭게 열었고, 27일 목포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롯데마트 창원 중앙점도 올해 3월 말 롯데마트 맥스로 리뉴얼 오픈하기 위해 현재 휴점 중이다. 비경합지역을 시작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빅마켓은 롯데마트가 지난 2012년 첫선을 보인 창고형 할인점으로, 한때 전국에서 5개 점포까지 운영했었다. 하지만 거듭된 실적 부진으로 최근 수년 사이 3개 점포의 문을 닫았고, 현재 금천점과 영등포점 2개 점포만 운영하고 있다.
빅마켓 2개 점도 오는 3월까지 맥스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어 롯데마트는 창고형 할인점을 내년까지 20개 이상의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개점 효과를 분석한 뒤 2023년부터는 수도권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포부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0년부터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폐점하고 사업 효율화를 꾀했다. 지난해에는 창립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덩치는 줄이고 내실은 다지며 체력을 키운 롯데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사업을 돌파구로 삼았다.
롯데마트가 존폐기로에 놓였던 빅마켓을 ‘맥스’로 부활하기로 한 이유는 창고형 할인점 사업이 다른 오프라인 업종에 비해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코로나19로 많아진 ‘집밥족’을 중심으로 가성비 있는 대용량 상품을 찾는 경우가 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창고형 할인점의 대명사인 코스트코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회계기준 2020년 9월~2021년 8월) 코스트코코리아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3%, 영업이익은 24.3% 늘었다.
창고형 매장의 강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트코가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장기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지난 2010년 '트레이더스'를 오픈하며 시장 판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 특유의 진열 방식과 제품 구색, 가격, 푸드코트 운영 등을 모방했지만 코스트코와 달리 오픈형으로 회원 가입이 필요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하되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차별화한 점이 주효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대비 14.5% 성장했다. 지난 2020년 매출은 2019년 보다 23.9% 상승해 코로나 사태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의 꾸준한 확장 전략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도 이마트 트레이더스 추가 출점을 준비 중이다. 현재 20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2025년까지 5개 지점을 추가로 확충할 예정이다.
경쟁사 홈플러스 역시 ‘홈플러스 스페셜’이라는 브랜드로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 중이다. 이 매장을 통해 대용량 상품을 선보이며 싼값에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 19개 점포로 업계 최다 수준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창고형 할인점 추가 출점이나 기존 점포를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환하는 대신 기존 대형마트 점포를 리뉴얼 해 기존 점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달 인천 간석점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연내에 17개 점포를 새롭게 리뉴얼 오픈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그간 큰 위기를 겪어왔다. 내수 침체로 인한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침체, 1인 가구의 증가, 편의점으로의 고객 이탈 의무휴업 등 각종 악재가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매장 리뉴얼을 통한 체질 개선과 함께 수익성이 없는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도 불사하는 등 생존을 위한 전략 구상과 이행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상품 구색 강화 등 오프라인 점포의 강점을 극대화한 새로운 형태의 대형마트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대형마트는 대용량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매입 원가를 낮출수 있기 때문에 일반 할인점 대비 평균 8~15% 가량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타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상품 구성을 통해서도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