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중은 겨우 2%…비주거 임대대출로 충격 전이 우려
임대사업자 대출 88% 만기일시상환…유동성 리스크 확대
“1만가구 효과 제한적”…전월세 불안·신용리스크 확산 우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기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여건도 악화되자 세입자들이 기존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면서 갱신 계약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24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걸려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보유 수도권 아파트를 겨냥해 ‘대출 만기 연장 불허’ 카드를 검토하면서 임대사업자 상환 부담 확대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타깃은 아파트지만, 실제 충격은 비아파트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임대사업자에 대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약 1만가구가 연내 만기를 맞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장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해당 물량이 시장에 매물로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매물 확대’ 효과가 구조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배경에는 대출 구조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임대사업자 대출 전체 258조5000억원 가운데 88%(227조2000억원)가 만기일시상환 구조로, 만기 연장이 막힐 경우 상환 부담이 한 번에 집중된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대출은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거용 자산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7%(18조2000억원)에 그치고, 아파트는 2%(5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은 아파트 가격을 겨냥했지만, 실제 규제 충격은 비주거·비아파트 영역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이 경우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가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급히 처분하거나 임대료 인상에 나설 경우, 전월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 주거에 의존하는 청년·서민층의 체감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수요 측면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이미 강화된 상황에서 시장에 나온 매물을 흡수할 수 있는 수요가 충분한지도 불확실하다.
매물은 늘지만 매수 여력은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거래 위축과 가격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시장과 비아파트 주거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대출 만기 연장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기존 대출은 차주와 금융회사 간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연장을 전제로 운용돼 온 측면이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연장을 차단할 경우 사실상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가 단기간 내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 증가로 이어지면서 개인 신용도 하락과 금융권 건전성 부담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대출 구조를 보면 비주거 임대사업자 쪽에서 충격이 먼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1만가구 매물만으로 시장을 바꾸기는 어려운데, 오히려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만기 연장을 일괄적으로 막는 방식은 차주의 신용도나 금융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며 “단기 효과를 위한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낳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권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면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먼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각 압박까지 겹치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평가된 상태에서 급매물이 쏟아지면 정상적인 가격 형성이 어려워지고, 전세금 반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단적인 경우 전세 사기와 유사한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파트 가격만을 겨냥한 정책이 전·월세 시장까지 흔들면서 임대주택 공급 축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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