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13년 만에 '매미소리'로 컴백
'광대: 소리꾼', 기존 '소리꾼' 60% 재편집해 개봉
무형문화재를 매개체로 이야기를 주도하는 두 편의 작품이 극장 문을 두드린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판을 치며 우리나라 문화 지키기에 관심이 높아진 현재 대중적인 매체로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던 무형 문화재를 알리는 역할과 동시에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정래 감독의 '광대: 소리꾼'은 지난 2020년 개봉했던 '소리꾼'을 60% 이상 재편집해 내놓는 영화다. 조 감독은 많은 부분을 손질해 '재개봉'이 아닌, '새개봉'이라는 문구를 택했다. 이 작품은 조선 영조 10년인 1734년, 사라진 아내 간난이(이유리 분) 찾아 나선 소리꾼 학교(이봉근 분)과 그의 딸 청(김하연 분)과 광대패의 이야기를 그렸다.
학규는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간난이를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심청전에 곡조를 붙인 소리를 들려준다. 학규가 아내를 찾는 일과 학규가 노래를 통해 들려주는 심청전의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구성됐다. 본래 판소리는 조선후기 17세기에서 18세기, 광대 집단과 무당이 굿판에서 하는 노래에서 착안돼 유래됐다고 짐작되고 있다. 이런 전개는 심청전이 어떻게 심청가가 돼 민중에게 깊이 스머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서민들 사이에서 시작돼 소리군과 청중의 소통을 통해 판소리가 완성되듯이 학규의 소리도 이같은 방식을 취한다.
주연은 국악인 이봉근이 맡았다. 배우가 아닌 명창을 캐스팅해 '흉내'가 아닌 '진짜' 판소리를 들려주며 문화의 얼굴을 배가시키는 것이 '광대: 소리꾼'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남북합작영화로 기획된만큼 북한의 민요를 포함한 음악도 영화 속에 녹여졌으며 북한의 묘향산과 황해도를 돌며 카메라에 담은 북한의 풍광이 담겼다. 영화는 타인에 의해 헤어지게 된 학규 가족의 만남을 담았지만, 남과 북의 자연과 민요를 조화롭게 배치해 남과 북의 만남을 염원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짐작하게 한다.
'광대: 소리꾼'이 우리에게 익숙한 판소리로 한국 고유의 얼을 보여줬다면, '매미소리'는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된 다시래기로 가족의 갈등과 화합을 보여준다. 다시래기'는 전라남도 진도지방에서 출상하기 전날 밤 초상집에서 상두꾼들이 벌이는 민속놀이로 상주와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충렬 감독은 과거에 송가인의 어머니 송순단 명인을 취재하기 위해 진도에 내려갔을 당시 장례문화인 다시래기를 처음 알게 된 후 이를 통해 가족 간의 상처에 대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작업에 착수했다.
영화는 다시래기 인간문화재가 되길 위해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 덕배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매미소리가 울던 밤, 어머니를 잃게 된 수남(주보비 분)가 멀어진 부녀 사이를 보여준다.
조정래 감독이 '광대: 소리꾼'에서 명인 이봉근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충렬 감독은 이양희, 주보비, 서연우 등 일반 배우들을 섭외해 고강도의 훈련을 시켰다. 진도 출신의 송가인은 다시래기를 소재로 한 '매미소리'의 탄생을 반가워하며, 특별출연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영화는 판소리, 다시래기를 깊게 다루는 것이 아닌, 이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도 무리없이 몰입해 빠져들 수 있다. 다만 캐릭터들의 감정 소비가 크고, 이야기가 가볍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 진입장벽은 일반 영화들에 비해 조금 높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