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서 12년 만에 은메달
맏형 곽윤기 중심으로 단단해진 팀워크 결정적
후배들 위해 마지막 주자 받아들인 곽윤기 헌신 인상적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이 5000m 계주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맏형’ 곽윤기(고양시청)를 비롯해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체대), 박장혁(스포츠토토)이 뛴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장혁-곽윤기-이준서-황대헌 순서로 달린 한국은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20바퀴 남기고 속도를 끌어올린 한국은 18바퀴 남기고 캐나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세 번째 자리에서 한국을 위협하던 중국은 레이스 도중 이탈하며 밀려났다.
10바퀴 남기고 한국은 선두 캐나다를 바짝 추격했다. 마지막 주자 곽윤기는 준결승 때처럼 사력을 다해 달렸지만 추월에는 실패했다. 16년 만에 정상 탈환을 꿈꿨던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지만, 이번 은메달은 남자 계주에서 무려 12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다.
박장혁-이준서는 경기 후 “내가 부족했다. 마지막 주자 (곽)윤기 형이 따라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쉬움 속에 자책했다. 전날 유튜브 채널(꽉잡아 윤기)을 통해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며 ‘라스트 댄스’를 예고한 곽윤기의 다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작 곽윤기 생각은 후배들과 달랐다.
곽윤기는 “경기는 4명에서 하지만 5000만 국민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후배들이 하고 싶었던 것 다 펼친 것 같아 후회가 없다”며 “편파판정이라는 위기를 잘 넘은 후배들에게 고맙다. 이 후배들이 선배가 돼 대한민국 쇼트트랙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계주 은메달에 기여했던 곽윤기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배들이 부담을 가지면 안 된다”며 가장 부담이 큰 마지막 주자 역할을 받아들였다.
준결승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핑크빛 머리를 휘날리며 폭발적인 스퍼트를 과시했다. 이는 편파판정 등으로 자신감을 잃을 뻔했던 후배들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황대헌 등 후배 선수들은 “(곽)윤기 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 계주를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며 곽윤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쇼트트랙 최강국’으로 불리면서도 남자 계주는 2010년 밴쿠버 은메달 이후 12년 동안 ‘노메달’ 굴욕을 뒤집어썼다. 안방서 치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남자 쇼트트랙 계주는 실망을 안겼다.
“여자 쇼트트랙에 비해 남자 쇼트트랙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후배들을 바라보며 ‘라스트 댄스’를 꿈꾼 곽윤기를 중심으로 한 단단한 팀워크가 빚어낸 결과다. 곽윤기가 말한 '5000만 국민'들이 이전의 금메달 보다 지금의 은메달에 더 큰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