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화학군, 분리막·전해액 소재 및 양·음극박 투자
LG화학, '종합 전지 소재 회사' 목표…한화, 가성소다 증설 '정조준'
국내 대표 석유화학업체들이 신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소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배터리 필수 구성요소인 양극재 등의 생산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관련 기업 지분 투자에도 나서며 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배터리 4대 소재인 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모두 진출해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과 전해액 소재 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한화솔루션은 양극재 생산 공정에 필요한 가성소다 투자로 연 100만t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화학군 대부분이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역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제고에 힘써왔던 롯데케미칼은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공격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충청남도, 서산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233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고순도 EC(에틸렌 카보네이트)와 DMC(디메틸 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대산석유화학단지 내에 건설키로 했다. EC는 EO(산화에틸렌)를 원료로 생산되며, DMC는 EC를 원료로 만든다.
EC와 DMC는 리튬이온 배터리 4대 구성요소 중 하나인 전해액에 투입되는 유기용매다. 양극과 음극간 리튬이온(Li+)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리튬염을 잘 용해시켜 리튬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기용매는 전해액 원가 비중의 30%를 차지하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투자를 통해 배터리 소재 부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재 국산화에도 일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소재도 여수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아주며 내부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용 PE(폴리에틸렌) 소재를 국내외 분리막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현재 4000t(매출 100억원) 규모의 분리막 소재 사업을 2025년까지 10만t(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진출도 추진중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전문회사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유하고 있는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것으로, 조만간 투자 규모가 구체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분리막 소재와 전해액 유기용매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 롯데알미늄은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양극박은 배터리 필수 소재로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 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롯데알미늄은 최근 양극박 국내외 생산능력을 2만9000t 수준으로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알루미늄박, 약품·식품 포장재 중심에서 배터리용 양극박으로 확대했다.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솔루스첨단소재 투자로 음극박(동박) 사업에 진출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이 양·음극박 생산에 주력하고, 롯데케미칼은 분리막·전해액 소재에 집중하는 동시에 글로벌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전기차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 맞춰 배터리 소재에 활용되는 가성소다 생산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가성소다를 생산하는 CA(클로르-알칼리)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현재 연산 84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CA사업은 소금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기초 케미칼 제품들로 구성된다.
앞으로 가성소다 설비 27만t을 추가 증설해 연산 111만t의 가성소다 생산 시설을 구축, 국내 1위는 물론 글로벌 주요 생산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상반기 증설 물량의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7일 '2021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는 향후 10년간 1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GWh(기가와트아워)당 가성소다 사용량 430t으로 추정된다"면서 "2030년엔 수요가 130만t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극재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고객군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LG화학은 이 사업을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에서 2030년까지 21조원을 달성, 12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4대 소재 진출을 목표로 하되, 양극재와 분리막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예상 매출은 양극재 16조~16조5000억원, 분리막 3조원, 부가 제품이 1조5000억원이다.
특히 양극재 사업의 경우 니켈 80% 이상의 하이니켈 제품 비중을 2026년까지 90% 수준까지 확대하고, 글로벌 생산능력도 한국·중국·유럽·미국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26만t으로 확대한다.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양극재는 기술 경쟁력이 높다. 2026년이 되면 하이니켈 제품이 90% 이상 될 정도로 기술 경쟁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라인당 생산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메탈 소싱에 있어서도 전방위적으로 여러 옵션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막 사업도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등 원천 기술력 바탕으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분리막 원단 기술을 보유한 도레이(Toray)와 헝가리에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세계 최고 속도의 코팅 기술을 보유한 LG전자의 코팅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양극재와 분리막 외에도 CNT, 방열접착제, 음극바인더, BAS(Battery Assembly Solution) 등 전지 부가 소재들도 적극 육성할 예정으로, CNT 사업의 경우 현재 1700t 규모의 생산량을 26년까지 5배 이상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퓨어 실리콘(Pure Silicon)’ 기술 역시 기존 음극재 대비 획기적인 용량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