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만료된 심석희, 쇼트트랙 대표팀 합류
최민정·김아랑도 3월 세계선수권대회 대비
문자 파문 이후 5개월 만에 세 명 재회 임박
심석희(서울시청)가 징계를 마치고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하는 가운데 최민정(성남시청)-김아랑(고양시청)도 예정대로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최민정과 김아랑 측은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3월18~20일·캐나다)’에 출전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민정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올림픽에 3연속 출전한 '맏언니' 김아랑은 계주에서 은메달에 기여한 간판급 스타다.
세계선수권은 예정된 일정이지만, 최민정과 김아랑 출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일 징계가 만료된 심석희가 대표팀 복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심석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 코치와 주고받은 동료 선수에 대한 비하 메시지 파문으로 2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법원에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했지만 기각됐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징계에서 벗어난 심석희의 합류(선수촌 입촌)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기존 대표팀 선수들과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최민정과 김아랑이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과연 심석희와 '원팀'을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한 전문가들과 팬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골이 깊기 때문이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충돌한 뒤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말, 심석희가 최민정을 두고 A 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여자 브래드버리'가 찍히면서 논란이 더해졌다.
심석희는 A 코치에게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티븐 브래드버리(호주)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 안현수, 안톤 오노, 리자쥔 등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이 모두 넘어진 덕에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최민정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최민정을 고의로 넘어뜨려 '브래드버리'를 했다면 이는 승부조작을 넘어 최민정에게 위해를 가한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체육회와 빙상연맹은 이에 대한 진상 파악 및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빙상연맹의 조사 결과 심석희가 고의 충돌했다는 증거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동료 비하 문자 파문만으로도 최민정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강도의 차이일 뿐 김아랑 역시 비하의 대상이 됐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 기간 중 국가대표 동료를 향했던 표현과 시각으로는 믿기 어려웠다.
문자 파문이 일어난 직후였던 지난해 10월, 올댓스포츠는 "최민정이 심석희의 지속적인 사과 연락 시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사과 연락 중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파장이 워낙 컸던 탓에 둘의 관계가 빠르게 봉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몸 상태 등에 따라 입촌 날짜에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심석희와 최민정-김아랑은 나란히 진천선수촌에서 만나게 된다. 이들이 함께 훈련하는 것은 심석희가 분리됐던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세계선수권에도 함께 출전한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여자 500m·1000m·1500m 등 개인전과 계주 출전권이 있다. 서로 터치하며 하나가 되어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3000m 계주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 성적을 놓고 다퉈야 할 레이스에서 아웃코스 추월이 장점인 둘이 예상 밖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심석희 복귀를 반대하며 트럭 시위까지 벌이는 팬들이나 국가대표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팬들이나 설렘 보다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심석희와 최민정-김아랑이 이른바 ‘브래드버리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