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서 실수해 지지율 하락하면
지방선거 일격 맞고 동력 잃을 수도
부동산 관련 검증에 심혈 기울여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12일 중 장제원 비서실장 등 가까운 인사들과의 숙의를 거쳐 이르면 13일 인수위원장을 지명하는 등 인수위 출범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수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11일 오찬은 정권 인수 과정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을 교체해 가져오는 형태의 인수위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15년만에 설치된다. 2012년 대선은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 형태였으며, 2017년 대선은 탄핵으로 인해 인수위가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바로 시작됐다.
15년만에 출범하는 '정권교체 인수위'의 최대 과제는 부동산 관련 철저한 인사 검증과 희화화 조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를 25만 표, 득표율 0.8%p차로 눌렀다. 대선 결과가 박빙인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패배의 무기력함에 빠져있지 않고 속전속결로 지도부를 개편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대선에서 이긴 진영이 '전리품'처럼 쓸어담을 줄 알았던 6·1 지방선거가 의외의 설욕전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취임 예정일은 오는 5월 10일, 지방선거는 그로부터 3주 뒤인 6월 1일에 치러진다. 통상적으로는 새 정부에 협조해야할 '허니문 기간'인데, 뒤바뀐 여야 간의 때이른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특히 인수위 단계에서 인선 실수로 새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출발하게 되면, 자칫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지방선거에서 일격을 맞고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소영''강부자' 프레임의 덫 주의해야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 "어륀지"
희화화될 수 있는 '실언'…입단속해야
정치권 관계자들은 인수위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특히 다주택, 투기성 부동산 보유 여부 점검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 파탄에 대한 심판선거를 통해 출범한 새 정부인데, 그런 정부에서 다주택 보유자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인사를 중용하게 되면 '내로남불'의 프레임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지명한 인수위원장은 아들의 병역 관련 의혹에 더해 불거진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낙마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2008년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의 인사검증을 거쳐 첫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한 인사는 절대농지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샀을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명해, 온국민의 비웃음을 사면서 낙마하기도 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도 SH공사 사장 임명 과정에서 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오 시장측 핵심 관계자는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오로남불' 소리를 듣게 생겼다"고 탄식을 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보기에 호감이 가지 않는 요소를 중첩적으로 가진 인사들을 여럿 쓰는 것은 희화화의 덫이 걸리기 쉽다. 2007년 이명박정부는 출범 과정에서 '고소영' '강부자' 논란에 빠져들었다. '고소영'은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을 묶은 것이고, '강부자'는 강남 땅 부자를 가리킨다.
의외의 지점에서 실언이 터져 희화화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장으로 지명한 인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인수와는 직접적 관련도 없는 외래어의 국어표기법을 문제삼다가 논란을 빚었다.
이 인사는 "미국에 가서 '오렌지'라고 하니 못 알아듣더라. '어륀지'라고 하니 알아듣더라"며 "표기법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어륀지' 논란도 국민들 사이에서 한동안 조소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힘든 복잡한 독직 의혹보다도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샀을 뿐'이라든지 '어륀지' 같은 사태가 출범 초기 정부의 인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결국 인사가 만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