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셀트리온 회계처리 기준 위반했으나 고의 아니라고 판단"
셀트리온 "결정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분식회계 논란 벗고 3사 합병 계획대로 진행
셀트리온이 약 4년 만에 분식회계 혐의를 벗자 3사 합병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합병 이후 그동안 반영됐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내부거래가 매출로 잡히지 않아 전체적인 실적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1일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에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증선위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중과실이라고 판단했지만 고의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 고발 등 중징계는 내리지 않았고, 거래정지 위기도 모면할 수 있었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 2017년 6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회계기준 위반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같은 해 7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에 상장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듬해인 2018년 12월 셀트리온 3사 감리에 착수했다.
셀트리온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생산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에 팔고, 이들 관계사들이 국내 및 해외에 판매하면서 실적을 부풀렸다는 혐의였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지분구조상 별개의 회사라는 이유로 그간 거래를 내부거래로 회계처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3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금감원은 셀트리온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냈고, 이번에 증선위가 제재 조치를 의결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이와 관련해 "바이오 의약품의 특수성이나 관련 글로벌 규정 등에 대한 회계 적용 해석상의 차이에서 발생한 만큼 아쉬운 점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논란 매듭 지은 셀트리온 3형제 합병 '급물살' 타나
업계에서는 분식회계 논란이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만큼 셀트리온 3사의 합병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2020년 9월 3사 합병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지주사를 설립해 그룹 내 합병안 마련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3사가 합병할 경우 그동안 반영됐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내부거래가 매출로 잡히지 않아 전체적으로 실적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합병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주주들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3사 합병을 위해선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셀트리온그룹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셀트리온스킨큐어 합병 계획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사 합병은 아직 검토 중이며 천천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