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 맞이한 세계 경제
기업 중심 규제·노동 개혁 중요
윤 당선인 “민간주도 제도 설계”
4차산업혁명 시대 우리 경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그동안 시장 원리를 강조해온 만큼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과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미래성장동력 확충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국민 102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 경제정책 과제’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 46.7%가 차기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경제 활성화’를 선택했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산업으로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인공지능 ▲전기·자율차 등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수소산업 등을 꼽았다. 이들은 모두 4차산업혁명 시대 산업 중심축으로 성장시켜나갈 업종이다.
4차산업혁명은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보여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특정 부처에서만 다루기 힘든 4차 산업혁명 관련 과제를 심의·조정하고 관련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5년간의 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떠나 정부 차원에서 4차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결국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성은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1일까지 국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경제성장’을 주제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교수) 49%가 현 상태가 지속한다면 5년 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0%대 성장을 예상한 응답도 있었다.
교수들은 한국경제 장기적 성장 하락 추세의 중요 원인으로 인적자본 투자 효율성 저하에 따른 유효 인적자본 형성 부진을 손꼽았다. 다음으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기업의 투자 및 혁신 유인 감소가 뒤를 이었다.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생산요소 배분의 왜곡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성장 하락세를 반등시킬 가장 효과적 정책 대응으로는 ▲기업활동 제약 관련 규제 개혁 ▲창조형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재산권 보장 및 교육제도 개혁 ▲노동시장 안전망 확보와 더불어 기업 고용의 유연성 증대 순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도 이런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초청으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역동적 혁신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민간과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역동적 혁신 성장에 대해 “저성장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려면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산업전략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경제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로 “시장이 당장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을 하고, 참여자들이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게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해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용기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쉽지 않다”면서 “기존 정책으로 이익을 보던 집단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수출에만 의존하고, 특정 몇몇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고질적인 수출중심, 대기업 중심, 내수부족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향후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혁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고,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