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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부대2, 군대예능 전성시대는 언제까지 갈까


입력 2022.03.19 07:01 수정 2022.03.19 06: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채널A

우리나라는 성인남성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군대시절에 대한 특수한 정서가 있다. 자식이나 가족, 연인을 군대에 보냈던 이들의 기억도 있다. 그래서 군대는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었고 자연스럽게 TV예능의 소재가 됐다.


과거엔 ‘우정의 무대’가 큰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이후엔 MBC '진짜 사나이‘가 그 인기를 계승했다. 연예인들이 갑자기 훈련소에 입대해 군사훈련을 받는 내용이었는데, 자신들이 정식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는 것도 잘 모른 채 당하는 설정이었다. 조교의 호통을 들으면서 연예인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였다.


이 프로그램에선 샘 해밍턴, 헨리 등 출연자들이 잇따라 주목 받았다. 주로 외국인을 비롯해 군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한국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외국인을 갑자가 한국 훈련소에 집어넣으니 당연히 온갖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람은 바보 코미디를 좋아한다. 배삼룡, 이주일, 심형래, 맹구 등 바보 코미디의 역사는 유구하다. ‘진짜 사나이’에서 한국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등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연발하며 우왕좌왕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바로 바보 코드였다. 시청자들이 빵빵 터졌다.


또, ‘진짜 사나이’는 리얼한 병영체험을 강조하며 생고생을 내세웠다. 연예인들이 화생방 체험을 하며 눈물콧물 짜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자극적인 영상을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를 제대로 저격했다. 만약 일반 예능에서 출연자에게 독가스를 마시게 했다면 엄청난 비난이 터졌을 것이다. 군대 설정이 가학적인 내용도 용인되게 하는 알리바이로 작용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군대를 내세워 가학성과 자극성을 표현해나갔고, 급기야는 여성 출연자들까지 등장시켰다. 보통 예능에서 생고생을 하는 것은 남성들이었는데 ‘진짜 사나이’에서 여성들의 생고생을 보여주자 반응이 폭발했다. 이때 혜리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의 특장이 출연자들이 잘 운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시청자들은 감동도 많이 받았다. 사실 잘 우는 건 그만큼 극한의 상황에 몰렸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가학성 논란은 없었고 거꾸로 가짜 논란이 터졌다. 진짜 군대는 엄청난 고생을 하는 곳인데 이 프로그램 속 고생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짜 사나이’ 속 훈련은 많이 예능화된 모습이었다. 그것이 시청자의 불만을 초래했고 결국 예능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진짜 사나이’의 그런 가짜 같은 모습을 비판하며 진짜 군대 고생을 보여주겠다는 프로그램으로 등장한 것이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진짜 특수부대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당연히 극도의 자극성이 발생했고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시청자들이 자극성 그 자체를 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부 남성 시청자들은 ‘진짜 사나이’로 인해서 자신들의 군생활 고생이 과소평가 받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가 ‘가짜 사나이’가 훨씬 혹독한 고생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의 없는 사각지대에서 질주하던 자극성은 결국 출연자 부상 등 가학성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애초에 일반인에게 특수부대 훈련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검증 안 된 출연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가짜 사나이’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대로 군대 예능 인기가 끝날 줄 알았는데 그 시점에 터진 대박작이 바로 채널A의 ‘강철부대’다. 이 프로그램은 ‘진짜 사나이’보다 강도 높은 특수부대의 모습을 보여줘 리얼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동시에 가학성 문제에선 벗어났다.


진짜 특수부대 출신들을 섭외했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와 ‘가짜 사나이’는 모두 일반인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고는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즐기는 구도였다. 반면에 강철부대‘는 일반인이 아닌 특수부대 출신자들을 내세웠기 때문에 가혹한 과제가 등장해도 아무런 논란이 터지지 않았다. 실제로 특수부대 출신자들은 놀라운 신체능력과 자신감으로 과제를 척척 해결해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국내 대표적인 특수부대별로 팀을 꾸려 대항전을 한다는 설정이어서, 마치 히어로나 군대 전설 끝판왕들의 대결 같은 느낌도 줬다. 특전사, UDT, 특임대의 전투력이 전설처럼 회자됐었는데 그들이 TV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대결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여성 시청자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세계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호기심 충족이란 면에서 관심을 보였다. 보다보니 출연자들 중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프로그램 속에서 인간적인 스토리까지 생겨나면서 더욱 몰입하게 됐다. 그래서 ‘강철부대’는 희대의 히트작이 됐고 채널A를 순간적으로 TV조선에 이은 종편 예능 원투펀치로 만들 수 있었다.


‘강철부대’에 나타난 감동적인 동료애도 시청자를 열광하게 만든 요인이다. 극심한 경쟁으로 황폐해진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감동이었다. 이렇게 감동적인 동료애가 나타난 건 상황이 그만큼 극한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힘든 상황까지 몰아붙이는 설정이 자극적인 재미와 감동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 예능은 이런 정도까지 출연자들을 몰아붙이지 못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군대라는 설정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구조에서 ‘진짜 사나이’에서부터 ‘강철부대’까지 잇따라 인기몰이를 한 것이었는데, ‘강철부대2’에선 주춤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특수부대끼리의 경쟁이라는 포맷이 이미 ‘강철부대1’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이젠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강철부대2’에선 아직 1탄에서와 같은 스타 캐릭터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극성을 더 올려 관심을 끄는 극약처방도 있긴 하지만 그 경우 심의 문제도 생기고, 도를 넘으면 아무리 군대 설정이라도 가학성 문제가 터질 수 있다.


그동안 ‘진짜 사나이’부터 ‘강철부대1’까지 군대예능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인기행진을 벌여왔는데 그 한 사이클이 끝나는 것일까? 트렌드는 원래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엔 인기 흐름이 끝나는 것도 당연하다. 과연 이대로 군대예능 인기가 일단락될 것이지 아니면 다시 솟구쳐 오를 것인지, 앞으로 방영될 ‘강철부대2’의 남은 부분이 말해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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