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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동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증명해낸 충무로 원석


입력 2022.03.20 17:05 수정 2022.03.20 17:0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최민식과 호흡

"실제 고등학생처럼 보이려 노력"

신예 김동휘에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모든 것이 배움의 현장이었다. 250 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을 거머쥐며 기라성 같은 선배 최민식과 연기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김동휘는 극 중 1%인 명문 자사고에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했지만 수학 성적으로 고전하는 지우 역을 맡았다.


의문의 경비원 리학성(최민식 분)을 만나 지우가 성장하는 것처럼, 이전까지 소속사도 없이 혼자 오디션을 찾아다니던 김동휘 역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만나 성장과 함께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디션을 볼 당시, 김동휘는 자신감보다는 경험을 쌓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결과를 듣고 나서는 실감이 나지 않아 부모님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저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디션을 볼 때 소속사가 없었어요. 상업영화 혹은 장편영화 오디션 볼 기회도 없었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았죠. 막상 기회가 오니 기회조차도 실감이 안 났어요. 그날 오디션에 가서 명단을 봤는데 저를 포함해 한 분 빼고 다 소속사 있는 배우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직은 내가 이런 큰 상업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뒤 이런 오디션을 자신 있게 볼 수 있을 때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고요. 오디션에 최민식 선배가 온다고 해서 연기에 대한 피드백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김동휘는 박동훈 감독에게 왜 자신을 지우 역으로 캐스팅했는지 직접 묻기도 했다. 박동훈 감독은 지우의 모습에 김동휘가 제일 비슷했다고 답을 해줬다고. 그때부터 김동휘는 박동훈 감독과 지우 캐릭터를 함께 분석하고 10대들이 쓰는 말투와 대화를 알기 위해 집 근처 하교 시간에 맞춰 고등학교를 찾아가 시간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했다.


"관객들이 지우를 봤을 때 진짜 고등학생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제 고등학교에 찾아가 기웃거렸죠. 고등학생들이 학교 할 때 어떤 모습인지 관찰해서 한지우에게 많이 입혔어요. 여드름도 그렇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그때 관찰 후 결정했던 일들입니다. 또 유행하는 말투, 그들의 관심사를 귀 기울여 들었죠. 또 지우가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친구인데 거기서 피어나는 마음은, '이렇게 표현해야지'란 생각보다도 대본에 있는 이야기와 세트장, 상대 선배님이 만들어주는 상황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자연스럽게 상황에 저를 맡기려고 했죠."


그는 학창 시절 소극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지우에게 투영시키기도 했다.


"저는 고1 때까지만 해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그런데 춤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조금씩 능동적으로 변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죠. 동아리를 시작하기 전 모습이 지우와 공통점이 많아서 그때의 제 모습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지우에게 녹여냈습니다."


김동휘는 최민식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김동휘는 현장의 최민식을 '호랑이'라고 표현했다.


"무서운 호랑이 느낌이 아니라 포효하는 호랑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냥 계셔도 주위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죠. 앞으로 연기생활을 하며 언제 또 이런 대선배와 호흡을 맞추겠어요. 정말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죠. 연기적인 조언은 딱히 안 해주셨고 친밀하게 대해주려고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것도 물어봐 주셨어요."


극중 지우는 리학성과 함께 하며 어려웠던 수학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어려운 풀이 과정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풀이 과정보다 답을 찾아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급했던 지우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김동휘 역시 실제로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이었다고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저도 그냥 다들 하니깐, 수동적으로 수학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어요. 만약에 리학성같은 멘토를 제가 고등학생 때 만났다면 수학을 조금 더 흥미롭게 대하지 않았을까, 풀이 과정을 중요시 여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촬영 중에 했었어요."


극 중 수학 공식과 풀이, 어려운 대사 등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촬영 전 박동훈 감독이 추천한 수학자 리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공부했다.


"리만이라는 사람을 박동훈 감독님께 들었을 때 처음 알았어요. 리만의 가설을 마인드맵 형식으로 그려나가며 공부했고 함수나 수학적 용어들은 수학의 정석을 다시 보면서 이해하려고 했죠.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어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보여준 본인의 연기가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만 2년 전의 김동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이 많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긴 한데, 촬영할 때는 '더 이상 최선은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본을 많이 보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뿌듯해요. 지금 다시 돌아가서 연기한다면 저만큼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이제 막 대중에 얼굴을 알리고 배우로 발을 뗀 김동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대중에게 김동휘라는 배우가 모든 역할을 잘 소화해 내는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 꿈인 그는 갈 길이 바쁘다.


"장르물이나 멜로, 사람 사는 이야기인 드라마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사람들이 제 이름을 떠올렸을 때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곧 다시 인사드릴 것 같아요. 차기작은 '크리스마스 캐럴'이고 소년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저는 소년원 안에서 일진 패거리에 속해 있는 인물을 연기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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