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펀드시장...투자자 근본적 인식 변화”
“유동성 끝, 실적 장세서 펀드 장점 더욱 부각”
“화려한 아젠다보다 기본에 충실한 외연 확장”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운용업이 업계에 부여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며 “공·사모간 균형 발전을 위한 새 정부의 정책적 고려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투협은 지난해 3월 사모펀드 및 전문사모운용사 지원 업무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자산운용부문 대표로 취임한 나 대표는 지금까지 지원 업무를 총괄하며 여러가지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임직원 윤리 교육 강화 등을 위해 힘써왔다. 올해는 새 정부 금융정책의 변화에 발맞춰 운용사들을 지원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나 대표는 지난 25일 취임 1년을 맞아 진행한 데일리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판매·수탁사의 책임 강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운용업계의 어려움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서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작년 개정·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대한 몇 가지 보완 입법 과제도 감독당국과 협의해 추진해야 할 사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는 7월부터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금투협은 하위 규정 개정 과정에 운용업계의 니즈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업계가 관련 상품을 원활히 출시하고 제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을 통해 펀드로 투자되면 장기적인 운용이 가능한 투자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현재 디폴트옵션으로 운영될 대표적인 상품이 타깃데이트펀드(TDF)인데, TDF 외에도 적합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직 남아있는 사모펀드에 관한 불편한 시선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라임·옵티머스 등 일부 운용사의 일탈과 달리 대다수의 운용사들은 투자자의 자금을 건전하게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대표는 업계가 국민 자산관리와 모험자본 공급 등 국가경제적인 기능도 충실히 수행하면서 부정적인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취임 1년...어려운 업황 속 운용업 잠재력 증명
코로나19 확산과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를 딛고 지난해 전체 펀드 순자산총액은 831조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 중 사모펀드는 16% 늘어난 519조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반이 성장하면서 운용업계도 전년보다 10.2% 증가한 1463조원의 운용자산 규모를 기록했다.
나 대표는 펀드시장의 성장은 투자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펀드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운용업계는 그간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면서 “올해도 기본 가치에 충실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의 직접투자 열풍과 장기적인 저금리에 대한 피로감은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이에 운용업계는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출시하며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작년 ETF시장은 순자산총액이 전년 대비 42% 증가하며 70조원을 웃도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나 대표는 “현재의 ETF 상장과 거래 플랫폼이 공급·수요 증가에 맞춰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도 투자자도 ‘기본’에 충실해야 강해진다
특히 나 대표는 협회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투자자의 신뢰에 기반한 펀드산업 외연 확장에 있다고 봤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를 발굴하고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세제와 운용 규제, 신상품 관련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화려하고 새로운 아젠다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펀드의 기본적 생태계인 수탁과 판매 등 펀드 인프라의 정상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바닥을 다지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다수의 운용사는 여전히 판매사나 수탁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한해 펀드를 하나도 설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나 대표는 운용사들의 판매·수탁 등 기본적인 부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도울 필요가 언급했다.
나 대표는 “운용업은 우리 사회에 축적돼 있는 자산을 운용·관리하는 산업이자 국가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자금 조달 창구로서 기능하는 중요한 산업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에 있어서도 ‘모든 일에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을 지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라면 당연히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 대표는 “‘공짜 점심 없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협회의 ‘알투플러스’가 개인에게 시장과 상품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또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있지만 우리 경제가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결국 장기 투자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