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기준 휘발유 평균값 2000원 돌파
12월보다 354원↑…유류세 효과 상쇄
정부, 추가 대책 주문에 ‘검토’만 반복
화물차주 “당장 가능한 정책 추진해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끝없이 치솟으면서 택배, 화물 운송 등 생계가 걸린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유류세 추가 인하 등 대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정부는 여전히 고민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29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경유는 1920원 수준이다. 지난 2월 전국 주유소 휘발유 월간 평균 가격이 1741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60원 가까이 올랐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1646원과 비교하면 350원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기름값 상승에 화물운송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면서 차량 운행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지난해 정부가 유류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유가 보조금도 줄어든 상황이라 치솟는 기름값과 함께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화물차 경력 10년이 넘는 서 아무개(45) 씨는 “올라도 너무 오르는 것 같다. 한 달 평균 기름값만 150만원 이상 더 나간다”며 “요소수 사태에 이어 이젠 기름값이 이렇게 오르니 정말 갑갑하다”고 하소연했다.
서 씨는 “나를 포함해 많은 기사가 한 달에 수 백만원이 넘는 차량 할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굴리고는 있는데, 이 상태가 조금만 더 심해지면 사실상 파산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유가 급등 대책으로 기존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 연장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인하 폭을 30%까지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7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서민 물가 안정화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속도다. 기름값이 매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급등하고 있는데 대책은 이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등은 ▲유류세 추가 인하 ▲운송료 인상 ▲안전운임제 확대 ▲유가 보조금 증액 등 정부가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있음에도 계속 머뭇거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유류세 추가 인하라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에서부터 유가 보조금 증액, 운송료 인상을 위한 안전운임제 확대 등 방법이 없지 않은데 정부는 계속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시행하는 정책은 제대로 된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빠른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은 지난해 유류세 인하 때도 불거졌던 문제다. 유류세 인하 시기가 늦어지면서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 폭을 늘리고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당국 입장에서 유류세 인하는 세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점, 지금 유류세를 최대로 인하해버리면 다음에 사용할 카드가 없어진다는 점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어도 내달 초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