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언론사·정당 의뢰 없이 독립적 자체 조사…회비 1년 10만원, 3년 27만원, 원하면 50만원"
전문가 "우물의 독타기식, 언론도 여론조사도 다 못 믿겠다 접근…회원 애정에 기반해 여론조사?"
"돈 낸 회원들 소수에게만 여론조사 결과 주는 것 별 의미 없어…후원자 모집이 목적인 듯"
전여옥 "역시 돈줄 회원부터 잽싸게 모집…대놓고 '숫자조작' 투전판 벌이겠다는 새로운 한탕주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여론조사로 대선 가스라이팅 당했다"며 언론사와 정당 등의 의뢰를 받지 않는 독자적인 여론조사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의뢰인에 따라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정기적인 유료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새로운 한탕주의 행각"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1일 딴지일보 홈페이지에는 '여론조사기관 설립합니다. 회원 모집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김 씨는 자신을 '여론조사 꽃 설립자'로 소개하며 정기 회원을 모집했다. 김 씨는 '여론조사 꽃'이 "일체의 외부 의존 없는 완전한 독립 조사로, 전문가 심층분석, 정기적 생산 발제를 배포하는 최초의 멤버쉽 조사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마음의 지도, 있는 그대로의 꽃을 보여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도 ‘여론조사 꽃’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1일 유튜브에 공개된 방송에서 "(대선 기간에) 여론조사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여론조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고아처럼 떠돌았다. 같은 날 조사가 10%포인트씩 차이가 나고 (해서) 뭐가 맞는지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그러면서 "언론사, 정당, 기업의 의뢰를 일체 안 받고 장비나 인력, 소프트웨어를 자체 보유해서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자체 조사만으로 매주 기획조사해 기본 수치는 공개하고, 전문가들이 심층 분석해서 정기 리포트를 회원들에게 보내줄 것"이라며 "정치 조사도 하겠지만 기획 조사도 할 것이다. 정기 회원들과 시작해 대한민국 마음 지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설립할 여론조사 업체의 정기 회원 회비는 1년에 10만원, 3년에 27만원이다. 정기 회원은 '심층 리포트'를 받아보는 회원들이다. 원하는 경우 50만원 이상의 회비를 자발적으로 낼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장미' 등급 회원이 된다. 김 씨는 "세팅은 두 달 후에 완료될 것 같고, 두 달 후에는 일반 회원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딴지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정기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개별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달리 우물의 독타기 식으로 언론도 다 못 믿겠고, 여론조사 결과도 다 못 믿겠다는 접근 방식은 다르다"며 "김어준 씨는 말하자면 세상이 너무 오른쪽으로 가니까 왼쪽으로 가야지 결국 가운데서 만난다는 논리를 여론조사에서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실장은 여론조사 업체가 언론사, 정당 등의 의뢰를 받는 것에 대해 "어느 조직이든 하우스가 되면 훨씬 더 독립성이 문제가 된다. 특정 회원의 애정에 기반해 회원제를 운영한다면 (여론조사 결과가) 휘둘릴 수 있다. 아무래도 가족을 위해서 일하면 우리 가족을 위하지 않겠나. 클라이언트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라면 여론조사 업체가 신뢰도를 지켜야 영업이 계속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자기 진영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니 여론조사 결과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정치 관련 여론조사는 특정 집단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나오게 하거나 편향되게 하기 어렵다"며 "왜냐하면 식당에서 식품위생법에 제재를 받는 것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잘못된 것 같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심의위원회에 원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는 등 상당한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이어 "김어준 씨처럼 여론조사 업체를 설립해 유료로 회원들로부터 돈을 받고 회원들에게만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주는 여론조사 기관은 잘 없다. 여론조사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표를 위한 목적으로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대해 평가를 받는데 돈을 낸 회원들 소수에게만 여론조사 결과를 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아마 정기적으로 돈을 내는 후원자들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역시 여론조사 돈줄 회원부터 잽싸게 모집한다. 좌파들은 앉으나 서나 '돈돈돈'"이라며 "이 여론조사업체 이름은 '꽃'이란다. 참 철판 깔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제 방송으로 혹세무민하는 것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여론조사업체 설립은) 대놓고 '숫자조작' 투전판을 벌이겠다는 새로운 한탕주의 행각"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