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0년 만에 4%대 증가 기록
3월 역대급 수출에도 무역적자
중국 상하이 봉쇄로 공급난 심화
정부 물가·유가·원자재 전방위 지원
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우려하던 물가는 10년 만에 4%대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쟁 등으로 크게 오른 유가는 무역적자를 키우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 속 물가와 경기, 수출입 모두 총체적 난국으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약 10년 만에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간 3%대를 유지했고 지난달 결국 4%를 넘어섰다.
이번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부터 시작한 오름세가 한층 더 가팔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석유류 가격은 31.2% 올라 작년 11월(35.5%)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현재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초 대비 약 30% 이상 올랐다. 지난 4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4% 오른 배럴 당 103.28달러를 기록했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또한 3% 오르며 107.5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역대급’ 수출실적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8.2% 늘어난 63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5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동월 기준 최대 금액이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늘어난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컸기 때문이다. 3월 수입액은 전년동월대비 27.9% 증가한 636억2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유가(72%)와 LNG(200%), 석탄(441%)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이 이유다. 3월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도 여전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가 상하이에 봉쇄령을 내리면서 공급망 적체는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류 대란 현실화 때 우리 기업 수출과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확진자가 대거 나와 다수 지역에서 봉쇄조치가 연장될 경우 상하이항이 마비 상태에 이르면서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더 심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해 물가와 무역까지 모두 어려운 가운데 내수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아직도 20만 명 대를 기록 중이고 여전히 사회적 거리 두기 또한 여전하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5(2015년=100)로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지난 2020년 1~5월 5개월 연속 감소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0.3% 줄고 소매판매는 120.7(2015년=100)로 전월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설비투자는 5.7% 감소하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로 0.3p 하락했다.
총체적 난국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내달부터 7월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등에 대한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원하고,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판매부과금도 30% 감면한다.
주요 원자재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가공식품 물가에 영향을 주는 수입 곡물은 신속한 유통을 위해 검역·통관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고유가 부담완화 3종 세트’를 포함한 물가 안정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주요 선진국들도 30~40년 만에 6~7%대의 최고 수준 물가오름세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전개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당분간 물가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물가 문제는 가처분소득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라며 “물가 상승 제어를 통한 안정적 경제운용이 종국적으로 모든 경제주체의 ‘윈 윈(win win)’의 길이니 정부 총력대응에 더해 가계, 기업들도 함께 힘 모아 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