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축소 가속화에 출혈 확대
실적 관리 장기적 변수 '촉각'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직원 해고와 명예퇴직에 쓴 돈만 2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2000명이 넘는 은행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함께 불어나는 모습이다.
온라인 영업 활성화에 따른 지점 감축 등의 영향으로 관련 지출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같은 출혈이 은행 실적에 장기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개 은행의 해고·명예퇴직급여는 총 2조3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4% 급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액수로 따지면 1조3623억원 늘었다.
특히 소매 금융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한국씨티은행의 관련 지출만 1조2840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씨티은행을 뺀 나머지 은행의 해고·명예퇴직급여도 7.9% 증가한 1조701억원으로 2016년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씨티은행 다음으로는 SC제일은행의 해고·명예퇴직급여 지출이 2572억원으로 많은 편이었다. 이어 KB국민은행(2499억원)과 우리은행(1713억원), 신한은행(1285억원)의 해당 비용이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은행원들이 회사를 나가고 있어서다. 국내 은행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만6168명으로 1년 새 2257명 줄었다.
은행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음에도 직장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은행권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8조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조직을 축소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온라인·모바일 이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과거 은행 영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프라인 점포가 문을 닫기 시작하자 은행원의 설 자리도 좁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은행권이 운영 중인 점포·출장소는 모두 6102개로 전년 말보다 309개 감소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472개 급감한 숫자다.
이런 움직임이 추세적인 흐름임을 감안하면 은행이 직원들을 내보내는데 쓰는 비용은 당분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은행권 실적에 해고·명예퇴직급여가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씨티은행은 희망퇴직에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7960억원의 순손실을 떠안게 됐다. 씨티은행과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이런 출혈이 실적의 발목을 잡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은 2020년 당시 KB국민은행 3020억원 등 계열사 희망퇴직에만 연간 344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정례화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실적 관리 측면에서의 영향력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