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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면담한 문대통령, '검수완박' 찬반 표명 없이 중재만


입력 2022.04.19 00:15 수정 2022.04.19 00:0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文, 金에 "국민, 檢 공정성 의심"…개혁·자정 노력 당부

민주당에도 "국민 위한 개혁 돼야"…양측에 대화 주문

법안 자체 명확한 입장 표명 無…"원론적 입장" 해석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한쪽의 의견에 힘을 싣기 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당부 차원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 총장을 70분간 면담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김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법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문 대통령은 경청했다.


김 총장은 대검찰청으로 복귀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구성원들을 대표해서 검수완박 법안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고 충분하게 말씀드렸다"며 "검찰 수사 공정성·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최근 사의를 표한 김 총장에 대해 재차 신뢰를 표했다. 그는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장이 사퇴할 경우 검찰의 연쇄 사퇴 등 집단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김 총장이 조직을 잘 추슬러 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검찰 내의 의견들이 질서있게 표명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총장이 민주당에 대한 설득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다만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법안 자체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강제 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며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검수완박 입법 처리를 공언한 민주당을 향해 '국회의 입법도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현재 발의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모순과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만큼, 민주당에 법안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서 무리한 법안 처리를 자중하라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회의 시간'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양측을 중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일괄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둔 전국 고검장들이 문 대통령의 김 총장 면담 이후 다소 낮은 수위의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고검장들은 이날 김 총장으로부터 면담 결과를 듣고 "(김 총장에게) 향후 국회에 출석해 검찰 의견을 적극 개진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앞으로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드리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검수완박 정국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은 것까지가 문 대통령의 역할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행정부의 수장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면담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 시간'이라는 입장에서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협하는 '검수완박'에도 임기 내내 지속됐던 '딴 세상 인식'을 보여주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간곡히 당부드린다. 제발 이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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