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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의 단식, 그리고 탄식 [김민석의 갓심]


입력 2022.04.19 11:17 수정 2022.04.19 12:3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공관위, 金 과거발언 들어 '도지사 컷오프'

김진태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 단식돌입

논란 일자, '발언 사과' 조건으로 경선 재개

석연찮은 기준 아닌 '공정·상식' 우선돼야

6·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컷오프된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 역사왜곡과 불교 관련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18 역사왜곡 등 과거 문제 발언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 공천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발혔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옥까지 갔다 온 기분입니다"


김진태 전 의원이 18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첫 문장이다. 김 전 의원 상황을 미뤘을 때 '지옥'은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나흘간 단식투쟁을 겪으면서 허약해진 김 의원이 자신의 몸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50세가 넘은 정치인이 나흘간 물과 소금만 먹고 버텼으니 지옥이 떠오를만하다.


두 번째로 지옥이 의미하는 건 강원도지사 공천 배제(컷오프)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다. 강원도민을 위해 일하겠단 일념으로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지사 공천을 신청했다. 황상무 전 KBS앵커 등 다른 예비후보와 공정한 경선을 거쳐 경쟁을 벌이고 싶단 요청이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 요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문제는 공관위가 내세운 컷오프 이유였다. 공관위는 2019년 김 전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내용의 공청회를 공동주최한 점을 지적했다. 또 대한불교조계종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보호 요청을 수용한 것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2015년 김 전 의원 발언도 컷오프 이유로 꼽았다.


6·1지방선거 체제 돌입에 앞서 국민의힘은 음주·무면허운전, 자녀 입시·채용·병력 비리, 참석 단체 사적 운용, 성비위, 국적 비리, 고의적 원정출산, 동일 선거구 3회 낙선자 등 이력을 지닌 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위 항목에 해당하는 후보는 부적격하다고 판단해 자동으로 공천에서 배제하겠단 전략이었다.


김 전 의원은 위 항목에 해당하는 오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3년 전, 심지어 6년 전 발언이 컷오프 이유가 된 것이다. 공관위 컷오프 결정에 불복해 즉각 단식투쟁에 돌입한 김 전 의원이 "그것이 후보자격이 될 정도의 발언인가. 이것은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라고 외친 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국회 앞 천막에서 끼니를 굶어가면서까지 김 전 의원이 바랐던 건 하나였다. 후보로 뽑아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공정한 경쟁'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서 공관위는 황당한 조건을 내건다. 김 전 의원이 과거 논란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 경선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앞으로 다시는 5·18민주화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공관위는 김 전 의원의 공천배제 결정을 철회하고 다시 경선에 붙이겠다고 확정했다.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됐던 경선이 다른 석연찮은 이유로 재개된 셈이다. 석연찮은 이유는 의문을 만들어낸다. 국민은 이 같은 공천배제와 경선재개 과정이 아니라, 과연 공관위가 내세운 기준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정치는 비정하지만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김 전 의원이 경선재개를 환영하면서 쓴 글 문구 중 하나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비정'한 현 정권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공정과 상식에 대한 염원이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6·1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받는 첫 평가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선출된 정권인 만큼,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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