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나쁘다’ 시민사회 선입견에 복권 요원
‘키잡이’ 부재로 ‘글로벌 삼성’ 위상 흔들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야 된다는 삼성 안팎의 요구가 들끓고 있지만 그의 복권은 요원하기만 하다. ‘재벌=나쁘다’라는 선입견이 시민사회 전반에 여전히 작용하면서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대의적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사법리스크로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삼성은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의사결정은 상당한 제약을 받아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당장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 탓에 지난 2019년 등기 임원에서 제외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취업제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출장 역시 법무부로부터 별도의 승인 없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글로벌 현장경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LG와 SK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현안을 진두지휘하며 미래먹거리를 직접 챙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영향으로 삼성은 사업 방향 설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이 무색하게 미세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 문제로 경쟁이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은 역시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성능 제한 문제에 직면하며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현재 삼성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회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현재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절실하다.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삼성 안팎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구애받지 않고 경영에 전념해 대한민국 경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의 저력을 글로벌 시장에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