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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제재에 경유 마진 50달러 넘어서…정유사 "지금만 같아라"


입력 2022.05.03 06:00 수정 2022.05.02 18:09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러 제재 강화에 석유제품 수급 불안…복합 정제마진 20달러로

여객 수요 회복에 中 봉쇄 해제 전망…2Q도 강세 이어질 듯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등·경유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서방 국가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가 에너지 수급불안을 자극시키고 있어서다.


올 들어 정제마진이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따른 여객 수요 증가, 중국 봉쇄 해제 등이 현실화되면 증가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디젤, 0.05%) 가격은 4월 말 150.2달러로 같은 달 초와 비교해 14.5% 상승했다. 이 기간 등유는 8.2% 상승한 144.1달러로 뛰었다. 등·경유 가격은 모두 휘발유(가솔린) 가격(134.7달러)을 웃돈다.


특히 경유는 미국, EU 등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올 여름이 끝날 무렵에 러시아 원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러시아산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EU(유럽연합)는 지난달 초 8월부터 러시아산 석탁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결정했으며 원유와 가스에 대한 금수 제재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미국은 3월 초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출 비중이 큰 러시아 주수입원을 차단해 경제 숨통을 죄겠다는 목적이다.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강화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급에 대한 시장 불안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경유차·경유발전 등 그간 높은 수요를 유지했던 유럽으로서는 러시아산 공급 축소 우려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수요 대비 공급 축소 전망이 높아지면서 등·경유 정제마진은 올해 들어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월 월평균 경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등유 역시 3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40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코로나 여파 등으로 경유와 등유의 정제마진이 한 자릿수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정제마진은 글로벌 여객 수요 증가, 중국 주요 도시 봉쇄 해제 등으로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주요 항공사들은 미주, 아시아 노선 운항을 재개하며 국내외 고객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방역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봉쇄 조치가 풀리면 억눌렸던 수요가 일제히 회복되면서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드라이빙 시즌 도래, 항공유 수요 개선, 중국 봉쇄 해제 이후 수요 회복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정제마진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아시아 공식판매가격(OSP)도 5월 보다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도 그만큼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P 플래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우디 아람코가 아시아향 OSP(Official Selling Price)를 인하했다고 전했다. OSP는 두바이유, WTI, 브렌트유 등 각 지역의 벤치마크 원유 가격에 붙는 할인(디스카운트) 또는 할증(프리미엄) 가격으로, 할증이 많이 붙을수록 비싼 돈을 주고 원유를 사와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원가 부담도 낮아지면서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1분기 호실적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재고평가이익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 2분기는 재고 손익 보다는 석유제품 판매 증가와 정제마진 상승 효과가 주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원유 및 석유제품 가격 급등이 정상적인 수요 회복 보다는 수급 불안 요인이 더 큰 만큼 호실적을 단언하기만은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데다 지적학적 환경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내내 호실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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