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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삼성, 文정부 ‘언더도그마’에 발목…“이재용 사면, 정치적 판단 없어야”


입력 2022.05.03 11:26 수정 2022.05.03 12:46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국민 여론과는 무관…사면 찬성 70% 육박

이성적 판단에 삼성 불확실성 확대…국가적 손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데일리안 류영주기자

문재인 정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불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끝내 ‘언더도그마’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자는 무조건 악하고 약자는 선하다는 편협한 사고에 갇혀 국가 경제 한축을 담당하는 삼성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이날 개최되지만 전날까지도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부가 ‘언더도그마’ 프레임에 갇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언더도그마는 약자를 뜻하는 언더도그(underdog)와 독단적 신념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로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뜻이다. 실제 현 정부는 청년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같은 기조로 정책을 펼치며 일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사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국민 여론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시민 사회에선 재벌=나쁘다라는 선입견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 임기 중 특별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68.8%,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23.5%로 집계돼 이 부회장에 대해서만 사면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 교수는 “부자는 무조건 악하고 대기업은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선입견이 그 동안 작용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적어도 국민들 사이에선 이같은 편견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2021년 1월 4일 임직원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재 삼성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그 동안은 이 부회장의 비전대로 반도체와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제적 투자가 이뤄지며 버텨왔지만 사법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기간이 끝나더라도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면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삼성전자의 경영에 10년 가까이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서 벗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TSMC와 인텔 등 경쟁사의 공격적 투자에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TSMC는 오는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5개를 추가로 짓는 등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 원)를 투자해 설비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유럽에 10년간 1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최 교수는 “이재용 사면 문제를 왜 정치적 문제와 엮어서 판단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사면 기조를 보면 일관성이 없어 국민들의 공감을 전혀 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가석방 이후 백신과 반도체 등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정부가 이를 보고도 정치적 논리에 갇혀 사면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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