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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하려던 북한, 코로나 폭탄 맞았다


입력 2022.05.13 04:30 수정 2022.05.12 23:4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2년 3개월 만의 첫 확진자

급속한 확산 가능성

향후 몇 주가 '분수령'될 듯

"통제 실패시 전례 없는 위기"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조선중앙TV

'코로나 청정국' 지위를 고수해온 북한이 처음으로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연이은 미사일 도발, 공세적 핵 독트린 발표에 이어 핵실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내부 폭탄'에 직면한 모양새다.


12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가 이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소집되었다"며 "2020년 2월부터 오늘에 이르는 2년 3개월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비상방역 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가 이날 오전 이뤄진 만큼, 회의는 이른 새벽 진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은 "국가 비상방역 지휘부와 해당 단위들에서는 지난 5월 8일 수도의 어느 한 단체의 유열자들에게서 채집한 검체에 대한 엄격한 유전자배열분석 결과를 심의하고 최근에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비루스(바이러스) 'BA.2'와 일치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평양에서 발열 등 유증상자가 상당수 발생해 진단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BA.2는 기존 오미크론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50% 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확산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날 회의에선 "전국적인 전파 상황이 통보"되기도 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평양 이외의 지역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태양절 110주년(김일성생일·4월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25일) 등을 계기로 각 지역 주민들을 불러 모아 군중대회, 체육대회, 열병식 등의 행사를 잇따라 개최한 바 있다. 특히 대규모 인파가 집결한 열병식에선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당국의 '위기의식'은 김 위원장의 마스크 착용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마스크를 쓰고 회의장에 등장했다. 발언 중에는 마스크를 벗었지만 퇴장 시에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다.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전파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몇 주가 김 위원장 위기관리 능력의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오미크론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경우 김정은 정권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이 12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 ⓒ조선중앙TV/뉴시스
정부, 대북 인도지원 가능성 시사
北, 도움 요청 안 할 거란 관측도


정부는 북한의 방역 위기 상황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피력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과 남북 간 방역·보건·의료 협력은 인도적 차원에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 역시 잔여 백신 등의 공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잔여 백신에 대한 북측 공여 가능성과 관련해 "검토한 바가 없다"면서도 "필요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지원 거부' 기조를 유지해온 북한이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북한이 내부 확산 상황 때문에 한국이나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외부지원 요청은 북한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비상방역체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리더십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방역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핵실험 일정 연기될까
"핵실험·미사일 발사 통해
주민 사기 진작 노릴 수도"


일각에선 이번 확진자 발생 상황이 북한 핵실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최대비상방역체계 도입을 지시하며 지역별 봉쇄 및 단위별 격리 지침을 하달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키로 한 만큼, 핵실험 관련 인력·물자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군 당국은 핵실험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갱도에서 이뤄지는 핵실험 특성상 사전 동향 포착이 쉽지 않아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확진자 발생에 따른 내부 위기 상황을 도발 카드로 돌파하려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지도부가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로 주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한 지 약 10시간 만인 18시29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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