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尹대통령·국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5·18 민주유공자 "대통령 방문 환영"
5·18 목격자 "진상규명에도 힘써야"
"나는 5·18 당시 시민군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해 기분 좋다"
18일 오전 10시30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윤석열 대통령이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던 강철수(65세)씨는 "윤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호남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 때문에 호남에서도 보수정당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강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8 부정세력'이라는 표현도 하지 않았느냐"며 "윤 대통령 강력한 의지로 국민의힘 의원들도 5·18 기념식에 같이 모였다. 나는 민주당원이지만 윤 대통령은 지지한다. 화합하겠다는 대통령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전했다. 그러나 유공자 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함께 싸우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부인과 기념식장을 함께 찾은 5·18 민주유공자 류규성(61세)씨도 윤 대통령 방문에 "안 온 것보다 낫지 않나. 행사에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고,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보수정당에 불신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5·18 당시 역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다는 택시기사 정씨(65세)는 "나는 대통령이든 국민의힘이든 자꾸 보수쪽 정치인들이 광주에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결국은 생색내기용 아니냐, 자기들 정치에 호남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5·18 현장을 건물 옥상에 숨어 생생하게 지켜봤다는 조씨(71세)는 "죽은 사람은 있는데,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며 "죽은 사람들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 윤 대통령이 여기까지 왔으니 힘써줄 것이라 믿는다. 진상규명에 힘쓰지 않으면 100번을 와도 소용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은 이날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대형버스 5대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신임 장관·대통령실 인사들과 나눠 타고 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9시45분께 정문인 민주의문 옆문을 통해 입장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30대 시민 최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광주에 이만큼 모인 적이 있었냐"며 "솔직히 진귀한 풍경이기는 하다"고 평했다.
행사 말미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5·18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박지현·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인사들도 함께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더이상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노래가 흘러나오자 곧바로 일어나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박해숙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 등 옆 사람들과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마스크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 "그동안 우리 당 인사들의 개별적 제창은 있었지만, 오늘은 당 차원에서 다 같이 불렀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념식은 오전10시부터 시작됐지만, 민주묘지 주변은 오전9시께부터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진을 친 경찰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다만 시민·단체들끼리 충돌하는 모습이나 고성이 오가는 등의 소란은 없는 편이었고, 비교적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기념식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의 광주 방문과도 대비됐다. 당시 윤 후보는 참배를 거부하는 시민들과 오월어머니회 회원 등에 가로막혀 추모탑에 다다르지 못할 정도였다.
이날 민주묘지 안은 민주의문을 약 100m 지난 지점부터 빨간색 가이드라인으로 경계가 만들어져 출입이 통제됐다. 5·18 유공자나 정부관계자 등 기념식에 공식 초대된 사람들만 가이드라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유공자 가족들도 기념식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할 만큼 경비가 삼엄했다.
정읍에서 왔다는 70대 한씨는 "문재인 대통령 때도 여길 왔었는데, 그때는 신분증만 있으면 추모탑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전광판으로밖에 볼 수 없으니 아쉽다"고 했다.
강철수씨는 "코로나19 문제도 있고, 아무래도 정권 초기 첫 5·18 행사이니 색안경 낀 분들이 있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통제를 하지 않았겠냐"며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차차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