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계약한 용역업체 직원이 ´김밥 할머니´를 폭행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노점상 단속과정에서 발생했던 또 다른 폭력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노점상총연합(이하 전노련)은 최근 노점상 인권침해 사례집을 공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례집은 최초 2005년 서울시 노점상 단속 마찰 당시와 2007년 고양시에서 노점상을 하던 고 이근재씨의 사망을 계기로 편집됐다. 이후´김밥 할머니’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호떡 할머니’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졌던 2008년 사례가 다시 추가돼 지난 20일 전노련 홈페이지(www.nojum.org)에 공개됐다.
사례집에는 성기를 노출한 용역반의 단속, 사이다병으로 머리를 강타당한 여성 노점상, 임산부에 대한 폭력, 단속에 쓰러진 노점상 할머니를 방치한 미성년자 단속반원 사례 등이 담겨 있다.
일부 사례들은 발생 당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2005년에도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인권침해 사례집이 전달된 바 있지만 폭력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민간 용역업체 계약,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과 피해보상·책임소재 규명에 관해 전무하다시피 한 허술한 관련 법규 등 때문이다.
전노련이 공개한 노점상에 대한 인권침해와 주요 폭력 사례를 살펴본다.
부부 노점상 앞에서 성기 노출한 용역단속반원
2003년 5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파트 앞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노점상을 단속하던 용역업체 직원 4명 중 1명이 부부노점상 앞에서 팬티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채 위협을 가했다.
단속을 당한 노점상 장모씨는 단속반 직원이 트럭에 있는 가스통 줄을 끊고, 조리기구를 압수했으며, 팬티만 입은 채 아내를 밀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옆의 풀숲으로 끌고 간 뒤 속옷까지 벗어 성기를 노출시켰다고 설명했다. 장모씨는 단속 후 “죽고 싶다”는 하소연을 하는 등 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미성년자들로 보이는 용역반원들에게 고초를 겪은 할머니도 있었다. 2003년 5월 서울시 강서구 화곡역에서 액세서리를 팔던 70대 할머니는 용역 20여 명의 단속으로 물건을 빼앗기자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할머니는 충격으로 팔이 마비됐고, 용역반원들은 할머니를 그대로 방치한 채 자리를 옮겼다. 나이가 어려보여 구청직원과 정보과 형사가 이들 용역반원에게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못했다. 용역반원들은 주민등록증이 없음을 시인했다.
2001년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원미구청에서 발부한 계고안내장을 배포하러 온 군복 입은 사람들을 파출소에 데려가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군복 착용 외에도 가스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해당 관청은 "군복착용과 가스총 소지에 대해 단일복장을 요구했던 것 뿐이고 총기 소지는 신고된 것으로 안다"는 답변을 했다. 이들은 모 보훈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사이다병으로 여성 노점상 머리 강타, 임산부에게도 폭력
2005년에도 모 보훈단체와 장애인단체 소속 회원들이 월 3000만원 계약에 단속반원으로 나서 폭력을 휘두른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원미구 노점상 단속에서 사이다병으로 여성 노점상을 강타해 피해 여성이 뇌수술까지 받게 했다.
임신 3개월인 임산부 한 명도 부상을 당했고, 포장마차에 깔렸다. 한 장애인 노점상은 그의 부인이 노점상 단속과 생계를 비관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용역단속반원이 들이부은 기름에 화상을 입은 여성 노점상(위쪽 사진)과 쇠파이프에 머리를 부상당한 노점상 ⓒ 전노련 사례집
´튀김 기름´ 노점상에 들이붓는 단속
2005년 5월 서울시 서대문구에서는 50여 명이 동원돼 신촌 일대 노점상 단속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노점상들에게 튀김 기름을 붓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일이 있은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다시 200여 명이 동원됐고 노인, 여성들에게 까지 폭력이 가해졌다.
이날 수 명의 노점상은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후송됐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병력 5개 중대가 배치돼 있었지만 폭력사태를 외면했다.
이밖에 사례집에는 ´인천 아암도-죽음을 부르는 단속´ ´의정부-노인들로 구성된 의정부 노점상들을 폭력으로 단속´ ´관계 공무원 참석 없이 일방적 단속을 하는 인천 용유지역´ 등의 사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전노련 유의선 사무처장은 21일 전화통화에서 “노점상에 대한 폭력, 인권침해 사례가 일어나는 것은 지자체가 민간에 노점상 단속 용역을 주는 것 때문”이라며 “재계약을 위한 단속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이 과정에서 폭력이 행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침해가 일어나도 노점상은 사실상 공무집행 사유와 벌금 등으로 인해 고소 고발을 못한다"며 "고소 고발을 해도 이긴 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노점상 단속 권한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포함하지도 않고 있는 ´경비업법´을 근거로 지자체와 정부의 단속용역 발주가 계속 일어나는 한 폭력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노련측은 사례집에서 ´생존수단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UN인권위원회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들었다.
전노련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안적 생계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채 폭력적으로 노점단속을 하는 것과 철거민들에 대한 강제 철거는 국제 규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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