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일주일 넘어서며 곳곳에서 산업피해 규모 커지자 반감도 커져
MZ세대 "일자리 허덕이는데…특정집단 이익 위한 '투쟁' 아닌 '투정'"
전문가 "실용적·가치지향적 MZ세대가 화물연대 파업 과연 정당하고 공정한가 묻고 있는 것"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화나 협상을 할 순 없을까요.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입어도 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네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저로서는 '자리가 남아도나'라는 생각뿐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을 바라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총파업이 14일로 일주일을 넘어서면서 편의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상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가시적 피해가 발생하자 MZ세대를 중심으로 노조의 강경투쟁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부정적 인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좁은 취업문 앞에 놓인 취업준비생들 시각에선 '투쟁'이 아닌 '투정'으로 비춰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취준생 백 모씨(27세)는 "화물연대가 무엇을 왜 요구하는지 이유는 알겠으나 산업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파업을 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이라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파업을 지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중인 이 모씨(26세)는 "만약 면접에서 화물노조 파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부정적으로 답할 것"이라며 "주변에선 일자리가 없어서 허덕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또 "노조가 부당한 사안에 반발하는 것도 아니라 '그동안 해줬던 것에서 더해달라는 식'의 투쟁은 배부른 소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입사 4년차인 김모 씨(33세)는 "은행 앞에서 집회하는 분들의 피켓을 보면 정년연장, 근무환경 개선 등 충분히 납득할만한 요구사항이 있지만 매일같이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솔직히 짜증이 난다"며 "일단 머리띠 두르고 확성기부터 트는 그들의 공격적 발언이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MZ세대의 부정적 시각은 '역대급'으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과도 맞물려 있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4월 말 기준 7.4%로 전체 실업률(2.7%)의 2배가 넘는다. 구직자를 포함한 확장 청년 실업률은 20%선을 넘어섰다. 청년들 5명 가운데 1명은 일을 쉬거나 단기 알바·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의 투쟁은 '배부른 투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준생들의 온라인 모임인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피해 의식인지 몰라도 노조가 파업하며 떨어뜨린 생산성을 누가 다시 끌어올리나 걱정하게 된다. 취업하면 내 몫만 잘 챙겨줘도 감지덕지다"는 글이 '뜨거운' 공감을 얻고 았다.
노동 전문가들은 MZ세대가 '노조의 파업이 정당하고 공정하냐'고 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실용적이고 가치지향적인 MZ세대에게 지금과 같은 방식의 노동운동은 점차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종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MZ세대 노조원들을 살펴보면 기존 대기업 노조가 임금인상과 정년연장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임금 결정 과정에도 공정성 요구가 아주 강했다"며 "기존의 제조업 노조에서 볼 수 있었던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달리 공정에 대한 강조와 직종별 노조활동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