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 배터리 시장 급성장…2030년 수요 168.1%↑
경쟁사 LG·삼성 모두 원통형 배터리 CAPA 확대 나서
SK온 “원통형 배터리 경쟁력 없어”…각형 개발만 집중
전기자동차 1위 기업 테슬라를 필두로 완성차-배터리사들이 너도나도 원통형 배터리를 늘리는 상황에서 국내 후발주자인 SK온만 다른 길을 가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원통형 대신 파우치·각형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계획으로, 이 같은 전략이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다. 수요가 크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3일 오창 2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총 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4680 양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도 충남 천안공장에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 증설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크기는 4680 배터리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양사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이 테슬라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한다. 테슬라가 지난 2020년 4680 배터리 채택을 예고했단 점에서다.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나날이 성장 중이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83억6000만셀에서 올해 106억6000만셀로 약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285억8000만셀로 이 기간 동안 168.1%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전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CATL까지 나서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CATL은 2025년 생산될 BMW 신형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반면 SK온은 원통형 배터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원통형은 파우치·각형과 비교해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다.
SK온 관계자는 “기존에 원통형 배터리를 해왔던 업체들에겐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겠지만 자사가 볼 땐 원통형 배터리의 폼팩터가 뛰어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온의 이 같은 배터리 전략에 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사들의 실적 개선은 원통형 배터리 판매 호조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 공급량 물량 증가로 선방한 성적을 거뒀다.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테슬라 등 전기차업체들의 차량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원통형 판매 호조가 예상된다.
테슬라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리는 만큼 원통형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수익은 앞으로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하지 않는 SK온과의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104만5072대를 판매하며 2020년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2위인 폭스바겐그룹은 70만9030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SK온이 원통형이 경쟁력이 낮아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후발주자로서 원통형 개발에 뛰어들기에는 이미 오랜 노하우를 쌓은 경쟁사들에게 밀릴 수 있을 뿐더러, 파우치·각형 신증설만으로도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향후 시장 대응에 있어 불리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SK온만의 전략으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강점이 될 분야에 집중하면서 대응책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